"남편 잃고 정신 피폐해"…'가평계곡 사건' 이은해 과거 글 재조명

닉네임 ''도와주세''…"사망보험금 지급 안 해준다" 문의글 올려
  • 등록 2022-03-31 오후 3:06:48

    수정 2022-03-31 오후 3:06:48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2019년 벌어진 ‘경기 가평 계곡 살인사건’의 피의자 2명에 대한 지명수배가 내려진 가운데,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은해(31)씨가 작성한 것이라 추정되는 글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20년 3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도와주세요. 보험사가 사망보험금 지급을 악의적으로 미룹니다ㅠ’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도와주세’란 닉네임을 사용한 작성자는 “2019년 6월 7명이 계곡에 놀러 갔다 남자들끼리 다이빙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뛰어내린 배우자가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해 사망했다”고 운을 뗐다. 작성자는 해당 문장을 빨간 색깔과 굵은 글씨로 강조했다.

용소계곡 살인사건 피의자 이은해 씨와 그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문의 글.(사진=인천지검 제공, 온라인 커뮤니티)
그는 “사고 당시 목격자는 4명이었다. 사고 이후 배우자의 가족분들이 타살혐의점을 제기해 경찰 조사가 오래 걸렸다”며 “2019년 10월 중순 경찰 조사가 사고사, 익사로 종결됐다. 사망진단서에도 비의도적 사고, 익사, 외인사로 나와 있는 상태다. 부검결과도 익사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여기서도 작성자는 거듭 ‘사고사’와 ‘비의도적’, ‘익사’라는 단어를 빨간 글씨로 표현했다.

작성자는 2019년 11월 11일 보험사에 일반 사망 진단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가 “목격자들의 진술을 다시 한 번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하며 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보험사 측이 극단적 선택 면책 가능성을 둔다고 했다면서 “사고 당시 고인의 가족들이 타살 혐의를 주장해왔기 때문에 사이가 좋지 않은 편이었다. 보험사에서는 (고인 가족들의) 연락처를 안 알려준다면 남편의 직장에 찾아가서 회사 사람들과 얘기를 해본다더라”라고 설명했다.

(사진=인천지검 제공, 온라인 커뮤니티)
작성자는 “이미 사고사로 나와 있는데도 자살이라고 몰고 간다”며 “(보험사가) 제대로 절차도 밟지 않고 그냥 무시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자신의 현재 상황을 알린 작성자는 “저는 가장을 잃고 아이와 살아나가기 위해 야간 택배를 하며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다”며 “남편의 사고 후 저의 몸과 정신상태는 피폐해져 있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힘내서 살아가보려 했지만 보험사에서 과도한 조사와 보험금이 언제 지급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길 듣고 더욱더 절망스럽다. 제가 아이를 보고 웃어준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도와주실 분을 간절하게 찾는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인천지검 형사2부는 가평 용소계곡 살인사건 피의자 이은해 씨와 공범 조현수(30)씨를 지명수배했다고 밝혔다.

이은해씨와 조현수씨.(사진= 인천지검 제공)
이씨는 지난 2019년 6월께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39)씨에게 기초장비 없이 다이빙하게 강요한 뒤 윤씨의 구조 요청을 묵살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윤씨가 수영을 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 이씨는 같은 해 5월 용인시 낚시터에서 윤씨를 물에 빠트려 살해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와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윤씨에게 복어 정소,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도 있다.

조사 결과 이씨는 윤씨 명의로 가입된 사망보험금 8억 원을 받기 위해 조씨와 함께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살인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이들은 지난해 12월 도주해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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