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완료 `속전속결`…속내는?

자사주 4차 매입까지 26일 조기 완료
1년간 자사주 매입에 11조4000억원 쏟아..주가는 18% 상승
  • 등록 2016-09-27 오후 3:53:57

    수정 2016-09-27 오후 3:53:57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1년여에 걸친 자사주 매입을 예정보다 한 달이나 일찍 끝냈다. 160만원대에서도 매수체결에 나서는 등 자사주 매입에만 11조원이 넘는 돈이 쓰였다. 매입한 자사주는 즉시 소각돼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이를 단순한 주가 부양으로만 보기 어렵단 분석이 나온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뤄진 1~4차 자사주 매입을 26일 모두 완료했다. 당초 10월말까지 자사주 매입이 이뤄질 계획이었지만 그 시기가 한 달 정도 앞당겨진 셈.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사고가 매입 일정을 당겼단 분석이 나온다. 실제 배터리 폭발 사고 및 리콜 이후 주가가 140만원대로 고꾸라지자 하루에 7만1000주씩 자사주 매입을 재개하는 등 그 강도가 세졌다. 삼성전자는 1년간 자사주 매입에 11조3800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매입한 자사주는 즉시 소각됐고 삼성전자 주가는 27일 156만9000원으로 자사주 매입전인 지난해 10월29일 132만5000원보다 18.4% 뛰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러한 자사주 매입을 단순한 주가 부양으로만 해석하긴 어렵단 지적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갤럭시노트7` 악재 후 등기이사로 등재키로 한 것 등이 향후 지배구조 변화를 예고한다는 해석이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 예정된 삼성전자 분할 혹은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에 대한 시장 기대치를 높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건희 회장 등 삼성그룹측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9월초 현재 18.31%(보통주 기준)에 불과하다.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선 삼성전자 지분율을 늘려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 시가총액 221조7000억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것보다 인적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 주식교환 수순을 밟는 게 유리하기 때문.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후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회사 신주로 교환하는데 이때 사업회사 주가가 높을수록 교환비율도 높다. 예컨대 사업회사와 지주회사 주가비율이 1대 2라면 사업회사 지분을 18% 갖고도 지주회사 지분을 36%까지 늘릴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자사주까지 고려하면 삼성측의 지주회사 지배력은 더 공고해진다.

문제는 기업 분할시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 등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이 어려워질 수 있단 점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염두하고 있다면 좀 더 빨리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심상범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을 서둘렀던 이유에 대해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에 지주회사 전환을 빨리 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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