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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통위는 포위돼 있다. 첫째 포위망은 ‘자본이동자유화’이다. 자본이동이 자유화되면 환율정책으로부터 독립된 금리정책은 불가능하다. 이를 3불공존(三不共存, Impossible Trinity)원칙이라 한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많이 개입할수록, 금리정책이 설 땅은 줄어든다. 삼불공존 포위망에서 뛰쳐나와 금리정책의 독자성을 갖는 길은 두 가지 중 하나밖에 없다. 하나는 자본이동을 대폭 규제하는 길이다. 또 하나는 외환시장개입을 모피아가 하지 않도록 제도화하여 환율정책과 금리정책을 모두 한국은행에 맡기는 방법이다.
한은에 대한 세 번째 포위망은 ‘토건재벌’이다. 거품을 유지하려는 재벌들은 항상 한국은행에게 저금리를 요구한다. 토건재벌은 정부에도 압력을 행사하여 수십차에 걸친 부동산시장 부양책을 받아냈다. 부동산시장 거래를 활성화하는 길은 거품부터 빼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권력은 무리한 독약 처방만 강요하고 있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70%로 높이겠다는 정책발상이 나오는 것이 독약처방의 한 예이다.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의 70%인데, 주택담보로 대출을 70% 받는다면 주택 소유자는 집값의 최대 140%까지 전세와 대출 두가지로 자금을 확보하게 한다는 발상에 기가막힌다. 영국, 미국 등에서는 주택담보대출규제가 바로 중앙은행의 몫이다. 타국 중앙은행에 비해 한국은행의 처지가 얼마나 옹색한가?
이처럼 한국은행 금통위는 겹겹이 포위되었다. 외국자본, 정치권력과 모피아, 토건재벌의 포위망은 견고하다. 누가 한국은행 총재가 되고 금통위원이 되어도 포위망을 뚫기가 어렵다. 자본이동규제, 환율정책과 금리정책 주체의 통합, 금융위 해체, 금융감독기구 독립, 한국은행에 금융안정 정책수단 부여, 거품투기세력으로부터 독립된 강한 정부, 이런 모든 ‘국가경제 대개조’가 일어나야 한국은행은 포위된 감옥에서 나와 독립된 금융통화정책 결정을 할 수 있다.
<김태동 교수 이력> 1969년 한국은행 입행, 1998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1999년 성균관대 경제학부 경제학 전공 교수,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2000년 제10대 한국금융학회 회장, 2002~2006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現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