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연금개혁 재시동, 전문가들 '환영'..쟁점은 '첨예'[이슈포커스]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세대 갈등 유발 불가피"
자동안정화장치 도입.."불신 없도록 고강도 개혁 요구"
저출산 상황 속 출산·군복무 크레디트 확대는 긍정적
  • 등록 2024-08-19 오후 5:57:55

    수정 2024-08-19 오후 7:51:34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지난 5월 21대 국회에서 22대 국회로 연금개혁의 공을 미뤘던 윤석열 정부가 다시 연금개혁의 불씨를 당기고 있다. 이달 말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 △출산·군복무 크레디트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연금 개혁안을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빠른 연금 개혁을 주장해온 전문가들은 정부의 연금개혁 추진에 환영하면서도 각 쟁점에 대한 첨예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저출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출산 크레디트 확대는 국회 내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대별 보험료률 차등 인상과 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대해선 이견이 엇갈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올해 내 개혁 마무리 가능성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버지는 더 많이 아들은 더 적게…세대 갈등 유발 우려

정부는 세대별 보험료율(내는 돈) 인상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나이 든 세대일수록 보험료율을 더 빨리 올려 청년세대의 부담을 상대적으로 줄여주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예를 들어 현재 9%인 보험료율을 앞으로 13%로 인상한다면 40~50대는 해마다 1%포인트씩 4년에 걸쳐 올리고 20~30대는 0.5%포인트씩 8년에 걸쳐 ‘차등’ 인상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영령별 형평성을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특히 연금개혁에 대한 청년세대의 동의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논의가 숙성되지 않아 제도화에 여러 가지 손질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나이 든 세대가 젊은 세대보다 더 많이 받아가니 좀 더 내라는 것”이라며 “연금 미적립부채가 1825조원이나 되는데 이걸 함께 부담하자고 하면 (장년세대 설득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연금 미적립부채는 GDP의 80.1%에 이른다. 연금 재정화를 위한 제도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암묵적 부채는 2050년에 6105조원, 2090년에는 4경 4385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미루지 말고 곧 수급대상이 되는 장년세대가 함께 부담해 미래세대의 부담을 낮춰주자는 주장이다.

보험료율을 3%포인트 높이면서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를 정부 재정으로 지원하고 기금운용수익률을 1.5%포인트 끌어올리는 ‘3115개혁안’을 제안한 김우창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정부가 안을 낸 건 긍정적”이라면서도 “미성년 세대의 부담을 고려하지 않아 형평성 논쟁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30대는 천천히 올리고 40~50대는 빨리 올린다면 현재의 10대 이하는 20대가 되자마자 최대 보험료를 내야 하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청년과 중장년층의 갈등을 다음 세대로 미룬다는 논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2030세대라 하더라도 정규직에 자산이 많은 납부자도 있는데 젊은 세대라는 이유로 차등을 둔다면 오히려 세대 간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도 현재까지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데 연금은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필요하지만 지금은 아냐

정부는 ‘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검토 중이다. 이는 인구구조, 경제지표, 연금재정수지 등에 따라 보험료율과 지급액, 수급 연령 등 모수가 자동으로 조정되는 제도다. 현재 스웨덴(1998년), 독일(2004년), 일본(2004년)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70%가 운용 중이다. 자동 안전화 장치의 골자는 연금 조정에서 정치적 판단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것이다. 개혁 논의만 반복하면서 정치·사회적 비용이 소모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정부 성향과 상관없이 연금액이 규칙적으로 조정되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윤석명 명예연구위원은 “연금 제도를 운용하는 데 가장 핵심 요소는 출생률과 평균 수명, 경제성장률인데 이 요인을 자동 연동시키자는 것”이라며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창 교수는 “자동조정장치의 경우 어느 정도 내는 돈과 받는 돈이 균형을 이룬 이후에 사회변동을 흡수하는 장치를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만약 현재 적용한다면 이는 논의의 장에 올라오지 못한 미성년세대에게 미적립부채 부담을 떠넘기는 거란 비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건호 정책위원장도 “현재 연금재정 불균형이 커서 자동조정장치를 통한 기계적 개혁안이 나온다면 고강도의 개혁이 요구될 것”이라며 “자칫하다간 연금 불신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용건 위원장은 “(이번이 아닌) 6~7차 재정계산에서 차근차근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며 했다. 이어 “현재로선 보험료율을 어느 정도 인상하고 청년 지급보장을 확실히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용어 설명

*연금 자동조정장치: 출산율, 기대 수명, 경제성장률 등 연금 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에 맞춰 연금 지급액과 보험료율 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 중 24국이 자동조정장치를 두고 있다.

*출산 크레디트: 아이를 낳거나 입양한 사람에게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제도로 2018년 1월 도입됐다. 현재는 둘째 자녀를 낳거나 입양하면 기존 가입 기간에 최대 12개월을 더해주고 셋째부터는 자녀 1인당 18개월을 추가해 최대 50개월까지 가입 기간을 연장해준다. 정부는 이번 연금개혁을 통해 첫째 자녀부터 12개월씩 지원하고 기존 최장 50개월까지만 지원해주던 대납 상한선도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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