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서울 및 수도권 일대 빌라 수백채를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매집한 뒤 전세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이른바 ‘세모녀 전세 사기 사건’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전경(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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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김형석)는 11일 모친 김모씨와 공모해 조직적으로 사기 범행을 저지른 분양대행업체 대표 송모씨 등 2명을 사기 및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업체 직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두 딸은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른바 ‘깡통 전세’를 소유한 김씨는 분양대행업자 4명과 공모해 2017년 4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임차인들에게 전세 보증금 등 임대차 보증금을 되돌려줄 능력이 없는데도, 피해자 136명으로부터 보증금 약 298억원 상당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김씨는 딸 2명의 명의로 빌라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등 딸들을 범행에 가담시킨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매매 수요가 적은 반면 임차 수요가 많은 중저가형 신축 빌라 분양을 대행했다. 건축주에게 줄 매입 대금에 자신들이 챙길 리베이트 수익을 더한 액수를 분양가로 산정해, 이 분양가와 같은 보증금으로 임차인들과 전세 계약을 맺었다. 애초 분양가가 빌라 매물의 가치보다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는 탓에 ’깡통 전세‘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수사팀의 설명이다.
김씨 등은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있었기에 사기죄가 안 된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범행 구조상 보증금 반환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당초 김씨 등이 보증금을 받은 적이 없어 보유 자금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해당 빌라들에 대한 매매수요가 높지 않아 처분을 통한 자금 마련도 어려워 수백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한편 대검찰청은 이날 일선청에 전세사기 관련 범죄자는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도록 하는 등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주로 20~30대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가 피해를 입었다. 주택 자금 손실뿐 아니라 보증금 대출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된 경우도 적지 않다”라며 “피고인들이 제대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유사 사건도 계속 수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