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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올해 법원 경매에 나온 세종 아파트는 32건이다. 이 중 새 주인에게 낙찰된 물건은 13건(40.6%)이다. 경매에 나온 아파트 열 채 중 여섯 채는 유찰됐다는 뜻이다. 5~6월 들어선 낙찰률은 33.3%로 더 낮아졌다.
그나마 팔린 물건도 대부분 입찰자가 한두 명에 불과하다. 인기가 식으면서 낙찰가율(실제 낙찰가÷감정평가가)도 떨어졌다. 지난 두 달간 세종 아파트 낙찰가율은 51.2%다. 감정평가사가 평가한 가격의 절반 수준에 낙찰됐다는 뜻이다. 감정평가가 대부분 시세보다 낮게 책정된다는 걸 생각하면 시세와 낙찰가 사이 간극은 더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대통령 집무실·국회가 세종으로 옮겨오리란 기대감에 낙찰가율이 90%를 넘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세종 고운동 가락마을 10단지 전용면적 72㎡형은 지난달 한 차례 유찰 고배를 마시고 이달 최저 입찰가를 4억1090만원으로 낮춘 후에야 4억2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법원이 처음 최저 입찰가로 설정했던 감정평가가 5억8700만원보다 1억6700만원 낮은 값이다.
매매 시장 침체에 경매 시장까지 유탄
이처럼 세종 아파트 경매가 늪에 빠진 건 선행 시장 역할을 하는 일반 매매 시장에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경매 정보회사 지지옥션의 이주현 연구원은 “이전에는 높은 가격에 낙찰됐을 물건이 낮은 가격에 팔리거나 유찰되고 있다”며 “매매 시장 위축 영향으로 관망하는 수요자가 늘어나면서 낙찰률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선 매매 시장 호가보다 크게 저렴한 물건만 낙찰된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세종 아파트값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주까지 48주 내리 떨어지고 있다. 올 들어서만 4.1% 하락했다. 전국 시·도 중 가장 집값 낙폭이 크다. 수급 상황을 나타내는 매매 수급지수도 지난해 10월 이후 줄곧 100을 밑돌고 있다. 시장에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종 아파트 경매 시장도 단기간에 예전 같은 활황을 누리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선행 시장인 매매 시장이 회복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 연구원은 “수도권 아파트 시장도 조정 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수도권 조정이 끝난 뒤에야 세종 아파트도 회복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예정된 대규모 공급도 상승세를 누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데이터 회사 부동산지인에 따르면 2021~2025년 세종에서 공급(입주 기준)되는 새 아파트는 1만9008가구다. 이 회사가 추산한 정상수요(9840가구)보다 9168가구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