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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우주를 선점하기 위한 억만장자들의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라이벌 제프 베이조스를 겨냥해 “스페이스X 전문 고소꾼”이라며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민간 우주여행과 위성망 구축에 있어 한발 앞서가는 스페이스X의 계획에 번번이 트집을 잡고 있다는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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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베이조스가 실제로 하는 일은 스페이스X에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썼다. 베이조스가 지난달 스페이스X의 2세대 스타링크 위성 사업에 문제가 있다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수정안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최근 베이조스가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에서 내려온 뒤 하는 일이 스페이스X의 발목을 잡는 것 뿐이라는 비아냥이다. 지난 7월5일 아마존 설립 27주년을 맞아 베이조스는 아마존 CEO 자리에서 물러나 우주개발 사업인 블루오리진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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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와 베이조스 두 억만장자는 모두 우주를 선점하기 위한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현재로서는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한 수 위다.
스페이스X의 인공위성 네트워크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링크는 우주에 위성 수천개를 띄워 산간이나 극지대 등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 지역에도 연결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금까지 위성 1740기를 쏘아 올렸으며 2세대 스타링크 위성 3만개를 지구 궤도에 발사할 계획이다. 아직 베타(시범) 서비스를 운영 중이지만 14개 국가에서 사용자 10만명을 확보했다.
아마존의 위성 네트워크 프로젝트인 카이퍼는 아직 스타링크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카이퍼는 위성 3236기를 발사해 스타링크와 경쟁할 계획이지만, 아직 위성을 만들거나 발사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아마존이 스페이스X가 규정을 위반했다며 이의를 제기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아마존은 FCC에 진정서를 내고 스페이스X가 애초에 신청한 건 인공위성 네트워크 1종류였지만, 수정안에서는 2종류로 늘렸다면서 FCC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카이퍼 고문을 맡은 마리아 도슨 슈만은 “고도나 기울기, 심지어 총 위성 수 같은 주요 세부사항들을 설정하지 않았다”며 스페이스X가 제출한 수정안을 기각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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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에 달탐사 뺏기자 NASA 고소하기도
머스크와 베이조스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미 항공우주국(NASA)가 미국 정부의 유인(有人) 달탐사 착륙선을 개발할 파트너로 스페이스X를 단독 선정하자 블루오리진은 “불법적이고 부적절한 평가”라며 NASA를 고소했다.
애초 블루오리진도 NASA의 파트너가 될 계획이었지만 미 의회가 33억달러였던 예산을 8억5000만달러로 깎으면서 두 회사는 입찰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결국 29억달러로 최저가를 써서 낸 스페이스X가 입찰에 성공했고 그 두 배 가량인 59억9000만달러를 제시한 블루오리진은 고배를 마셨다.
이후 블루오리진이 NASA에 서한을 보내 착륙선 개발비를 더 대겠다고 제안하는가 하면, 미 회계감사원(GAO)에 NASA와 스페이스X가 부당하게 계약을 따냈다고 항의 서한을 보냈지만 모두 기각됐다. 자사 홈페이지에 스페이스X의 달 착륙선을 비방하기도 했다.
베이조스의 전방위적 도발에 머스크는 트위터로 받아치는 모양새다. 지난달 27일 그는 트위터에 베이조스(Bezos)의 이름을 일부러 베이소스(Besos)로 틀리게 써서 올렸다. 이름에 민감한 서구 사회의 정서를 고려하면 머스크가 베이조스를 노골적으로 조롱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