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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의 한 고위 관료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동맹국들에게 11월 4일까지 이란으로부터의 원유수입을 제로 수준으로 줄이도록 확실히 요구할 것이다. 이미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이같은 뜻을 전했다”며 “동참하지 않는 국가들에겐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에 대한 2차제재(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적용하겠다는 뜻으로, 이란과의 경제적 교류를 아예 끊으라는 얘기다.
이 관료는 이러한 조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JCPOA) 탈퇴 결정 이후 추진 중인 대(對)이란 경제제재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유수입 중단 요구는 “국가 안보 정책의 우선순위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면제는 없다. 이란의 자금줄을 끊을 것이며 이란이 역내에서 자행하는 모든 악의적 행동들을 (전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측은 이미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이란산 원유수입 중단을 요청했다. 아울러 이란산 원유의 가장 큰 구매자인 인도와 중국을 비롯해 터키에도 압박을 가하기 위한 고위 관료를 파견했다.
한국 역시 적지 않은 충격이 예상된다. 한국은 일본처럼 제로 수준의 전면 수입 중단을 요구받진 않았으나,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미국이 제3국 제재를 시작하면 한국의 대이란 수출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은 그동안 이란 제재 예외국 지위를 인정받아 원화 결제 방식으로 대이란 수출을 계속해 왔다. 이란산 원유를 살 때 원화로 대금을 지급하면 이란은 이를 사전에 합의한 원화 계좌에 넣어둔다. 이후 우리 기업이 이란에 제품을 수출하면 이 계좌에서 원화로 대금을 받는 방식이다.
원유 수급에는 큰 지장이 없을 전망이다. 정부와 관련 업계는 다른 국가에서 이란산 원유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현대오일뱅크, 현대케미칼, SK인천석유화학, SK에너지, 한화토탈 등 5개사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새로운 수입원을 모색해야 하는데다 이란산 원유보다 더 비싸게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 부담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해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량의 13.2%인 1억4787만배럴을 이란에서 사들였다. 전년과 비교했을 때 32.1% 증가한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