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亞·유럽 동맹국들에 “이란산 원유수입 중단하라” 압박(종합)

美국무관료 “예외도 면죄도 없다” 경고
이란과 거래시 세컨더리보이콧 등 제재 예고
WTI 3.6% 급등…배럴당 70달러 상회
韓, 대이란 수출 타격…원유수급, 부담이지만 대체 가능
  • 등록 2018-06-27 오후 1:55:03

    수정 2018-06-27 오후 1:55:03

/ 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 유럽 및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오는 11월 4일까지 이란산 원유수입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협조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란산 원유수입 비중이 적지 않은 한국 역시 에너지수급 및 대이란 수출에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의 한 고위 관료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동맹국들에게 11월 4일까지 이란으로부터의 원유수입을 제로 수준으로 줄이도록 확실히 요구할 것이다. 이미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이같은 뜻을 전했다”며 “동참하지 않는 국가들에겐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에 대한 2차제재(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적용하겠다는 뜻으로, 이란과의 경제적 교류를 아예 끊으라는 얘기다.

이 관료는 이러한 조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JCPOA) 탈퇴 결정 이후 추진 중인 대(對)이란 경제제재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유수입 중단 요구는 “국가 안보 정책의 우선순위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면제는 없다. 이란의 자금줄을 끊을 것이며 이란이 역내에서 자행하는 모든 악의적 행동들을 (전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측은 이미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이란산 원유수입 중단을 요청했다. 아울러 이란산 원유의 가장 큰 구매자인 인도와 중국을 비롯해 터키에도 압박을 가하기 위한 고위 관료를 파견했다.

국제 석유시장은 요동쳤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3.6%(2.45달러) 상승한 배럴당 70.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70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 5월 말 이후 1달여 만이다. 당분간 국제유가는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각되며 이란산 원유공급 차단 우려가 증폭돼서다.

한국 역시 적지 않은 충격이 예상된다. 한국은 일본처럼 제로 수준의 전면 수입 중단을 요구받진 않았으나,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미국이 제3국 제재를 시작하면 한국의 대이란 수출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은 그동안 이란 제재 예외국 지위를 인정받아 원화 결제 방식으로 대이란 수출을 계속해 왔다. 이란산 원유를 살 때 원화로 대금을 지급하면 이란은 이를 사전에 합의한 원화 계좌에 넣어둔다. 이후 우리 기업이 이란에 제품을 수출하면 이 계좌에서 원화로 대금을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잔고가 바닥난 뒤엔 더이상 수출이 힘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이란 수출액은 지난해 40억2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 5739억달러에 비하면 규모가 크지 않지만 전년보다 8.2% 늘어나는 등 대이란 수출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왔다. 주요 수출품목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합성수지, 철강판, 종이제품, 냉장고,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 등이다.

원유 수급에는 큰 지장이 없을 전망이다. 정부와 관련 업계는 다른 국가에서 이란산 원유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현대오일뱅크, 현대케미칼, SK인천석유화학, SK에너지, 한화토탈 등 5개사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새로운 수입원을 모색해야 하는데다 이란산 원유보다 더 비싸게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 부담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해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량의 13.2%인 1억4787만배럴을 이란에서 사들였다. 전년과 비교했을 때 32.1% 증가한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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