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곧 法…석달 간은 제왕적 권력 확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20일 국가안보회의와 내각회의를 잇달아 개최한 뒤 3개월간의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쿠데타 세력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다. 비상사태 자체는 법질서를 따랐다. 터키 헌법에 따르면 자연재난, 심각한 경제위기, 광범위한 폭력사태와 심각한 공공질서 교란이 있을 때 대통령이 주재하는 내각회의에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
터키의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지난 1987년 쿠르드 반군 격퇴를 위해 남동부 지역에 선포된 것이 2002년 종료된 이후 14년 만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직후 관련 내용이 담긴 관보가 발행됨에 따라 국가비상사태는 공식 발효됐다.
국가비상사태 선포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막강한 권한을 손에 쥐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내각회의가 발표하는 칙령은 법률에 해당하는 효력을 갖게 된다. 심지어 기본권과 자유를 제한하거나 유예할 수 있다.
의회는 사후적으로 승인할 뿐이다. 의회 역시 에르도안의 정의개발당(AKP)이 장악하고 있다. 대통령의 뜻이 곧 법이라는 뜻이다. 앞으로 최소 3개월 동안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됐다.
터키 정부는 지난 15일 밤부터 16일 새벽까지 이어진 일부 군부 세력의 쿠데타 시도를 진압한 이후 그 배후로 에르도안의 정적인 재미 이슬람학자 페툴라 귤렌을 지목했으며 그와 연계된 혐의로 6만명을 직위 해제하거나 구속했다.
군인 뿐 아니라 경찰관, 공무원, 판·검사, 대학 총장·학장·교수, 공·사립학교 교직원까지 사회 각계 인사들이 숙청 대상에 대거 포함됐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에르도안 대통령은 ‘피의 숙청’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유라시아그룹의 무지타바 라흐만은 “터키는 이제 사실상 일시적 대통령제 아래 있게 됐다”며 “이는 민주적이 아닌 기이한 법적 수단을 통해 획득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부이며 독재자 케말 파샤와 닮은 길‥서구사회 우려 경제도 휘청
에르도안의 광폭 행보는 초대 대통령인 케말 파샤와 닮아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케말 파샤는 술탄 봉건왕조를 무너뜨리고 터키를 만든 국부이면서 역사적인 갈리폴리 전투에서 영국을 물리쳤다. 그렇지만 초대 대통령이 되자 1당 체제를 굳힌 뒤 언론을 탄압하는 한편 소수민족 쿠르드의 반란을 진압하고 지도자들을 처형하는 독재권력을 휘둘렀다.
이미 에드로안은 야당과 언론을 압박하는 권위주의적 지도자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이번 쿠데타를 계기로 정적을 완전히 제거하려 유럽연합(EU) 가입 결격사유인 사형제마저 부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구권과 국제기구들은 인권침해와 독재체제 전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정쟁이 불안해지면 터키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터키의 국가신용등급을 BB+에서 한 단계 낮은 BB로 하향 조정하며 “쿠데타 시도 이후 터키 정국의 극단화가 진행되고 있다.터키 경제로의 자본 유입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