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더 내기 싫다".. 월세 집주인 꼼수 백태

소득공제 없는 세입자 선별.. "직장인은 No, 학생은 Yes"
  • 등록 2014-03-04 오후 5:06:47

    수정 2014-03-04 오후 6:44:40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1.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전용면적 75㎡짜리 소형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는 김모(45)씨는 얼마 전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화해 “확정일자나 소득공제를 요구하지 않는 월세 임차인(세입자)만 선별해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앞으로 임대소득이 노출되면 소득세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아예 월세 소득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김씨는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과세 대상으로 분류돼 소득세를 전혀 감면받지 못한다”며 “차라리 세입자를 가려 받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2.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원룸 임대사업을 하는 박모(50)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주변에 원룸이 차고 넘쳐 월세 세입자를 구하기 쉽지 않은 데다 그동안 임대소득 신고를 하지 않아 앞으로 소득세도 내야 해서다. 임대소득 외 추가 소득이 없는 박씨는 임대소득이 드러나면 건강보험료도 올라 세 부담이 더 커진다. 그는 “앞으로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공실로 비어 있는 원룸은 보증금을 올려 아예 전세로 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월세를 놓고 있는 집주인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국세청이 그동안 걷지 않던 월세 소득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기로 하면서 정부의 조세권 무력화에 나선 것이다.

무엇보다 김씨처럼 세입자를 가려서 받으려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소득공제가 필요 없는 사업자나 대학생을 월세 세입자로 선별해 받는 식이다. 보증금을 내리고 월세를 올리는 경우도 쉽게 목격된다. 보증금이 낮으면 세입자로선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굳이 확정일자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점에 착안한 조치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D공인 관계자는 “아파트는 원룸에 비해 월세 수요가 여전히 많다보니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가려 받으려는 경향이 많다”며 “그러나 집주인이 세입자의 신분을 일일이 검증할 수 없다보니 향후 갈등이 생길 소지도 다분하다”고 말했다. 마포구 공덕동 파란공인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대부분 업무용으로 등록해 이미 세금 환급을 받았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가려서 받으려는 경향이 더 심하다”며 “세입자가 소득공제를 신청하면 월세를 10% 더 올려 받겠다는 집주인들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정부가 월세를 받는 집주인을 대상으로 임대소득을 검증해 그동안 걷지 않던 세금을 물리기로 하면서 집주인들이 세금 부담을 줄이려고 세입자를 가려서 받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DB)
공급 과잉으로 월셋값 하락세가 뚜렷한 오피스텔과 다세대주택 소유자들은 월세에서 전세로 전환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수도권 월셋값은 11개월 연속 하락했다. 특히 오피스텔과 다세대주택이 전월 대비 각각 0.5%, 0.3% 내려 전체 주택 유형 중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전세의 경우 3주택 이상 보유자(기준시가 3억원 또는 전용 85㎡ 초과)가 아니라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돼 집주인으로선 보증금을 올려 받으면 수익은 챙기면서 세 부담은 피할 수 있다.

서울 신림동 대성공인 배재환 대표는 “집주인 대부분이 월세 소득 외 추가 소득이 없다보니 소득세는 물론 건강보험료가 인상될까봐 적잖이 걱정하고 있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추후 상황을 지켜본 뒤 월세를 전세로 돌린다는 집주인이 꽤 된다”고 말했다.

집주인들이 월세 외 비용인 관리비를 인상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이 경우 세입자로서는 다달이 내는 월세 비용이 늘어나게 되지만 계약서에 명시된 월셋값은 그대로여서 소득공제 때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다. 집주인 처지에서는 가장 손쉽게 월세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노원구 하계동 B공인 관계자는 “세금이 인상되면 관리비를 올려 이를 보전받겠다는 집주인들이 꽤 많다”며 “특히 월세 소득을 감추기 위해 월세는 내리는 대신 나머지를 관리비로 받겠다는 집주인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세입자로선 매달 똑같은 월세를 내지만 계약서에 명시돼 있지 않은 관리비는 월세 소득공제 때 제외돼 결과적으로 환급받는 세금이 줄어든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주인이 월세를 전세로 돌린다고 해도 수익률을 보전하기 위해 결국 보증금을 올려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집주인의 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정부의 세심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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