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엄하던 北 선수 웃음 참으려 고개 푹...김수현 매직 [아시안게임]

  • 등록 2023-10-06 오후 10:16:03

    수정 2023-10-06 오후 10:16:03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내내 냉랭하던 북한 선수들이 얼굴을 푹 숙여가며 웃음을 참았다. 한국 역도 김수현(28·부산시체육회)의 유쾌한 발언 때문이다.

김수현은 평소 유쾌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사진=뉴스1)
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kg급 A그룹 경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북한 대표 송국향과 정춘희 그리고 한국 대표 김수현이 참석했다.

이날 경기에서 송국향이 합계 267kg으로 266kg의 정춘희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수현은 합계 243kg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리스트 송국향은 근엄한 표정으로 “오늘의 목표는 이 기록(267kg)이 아닌 세계 기록(북한 림정심의 278kg)이었다. 정말 아쉽게 됐다”고 운을 뗀 뒤 “오늘 중국 선수(랴오구이팡)가 이 자리에 참가하지 못했는데, 부상이 심하지 않은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이던 랴오구이팡(중국)은 인상 1차 시기에서 113kg을 들고, 2차 시기에서 118kg을 시도하다 바벨을 뒤로 떨어뜨렸다. 몸에 무리가 간 듯 용상을 포기하면서 실격 처리됐다.

은메달을 딴 정춘희도 “중국 선수가 오늘 생일인데 축하 인사를 전한다”면서 “생일 축하합니다”라며 박수를 쳤다. 이어 “생일인데 경기를 잘 못해서, 어떻게 됐는지 걱정이 많다. 중국 선수가 빨리 나아서, 실력으로 제대로 붙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메달 획득에 기뻐하기보다 랴오구이팡을 걱정하는 송국향·정춘희의 소감에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도 무거워졌다. 3위 김수현이 아닌 중국의 랴오구이팡이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나오길 바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5일 중국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kg급 그룹 A 경기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김수현(사진 오른쪽)이 시상식에서 금메달 북한 송국향(〃가운데), 은메달 북한 정춘휘(〃왼쪽)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동메달리스트 김수현은 “나는 3번째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드디어 메달을 땄다. 기분이 좋아서 중국 선수가 다친 것도 몰랐는데…. 중국 선수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김수현의 ‘엉뚱한 대답’에 근엄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송국향과 정춘희는 그만 참던 웃음을 터뜨렸다. 웃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들썩였다.

김수현은 이어 “내가 림정심 언니를 좋아한다. 정심 언니보다 더 잘하는 선수 2명과 경기하게 돼 영광”이라며 “목표를 더 크게 잡고, 이 친구들만큼 잘해서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싶다”고 덕담하자, 북한 선수들은 놀라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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