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삼성바이오, 2년전만해도 `문제 없다`더니..금감원, 왜 입장 바꿨나

삼성바이오, 다음주까지 금감원에 의견제출
감리위는 이달 중순 전망..`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가능성` 판단이 쟁점
  • 등록 2018-05-03 오후 1:10:14

    수정 2018-05-03 오후 7:31:38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위반 논란은 분식회계 등을 엄벌할 금융감독원으로 불똥이 튈 전망이다. 2016년 11월 삼성바이오의 코스피 상장 전후까지만 해도 금감원은 참여연대 등이 제기한 회계처리 위반 가능성에 대해 ‘문제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런데 상장 후 6개월 만에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를 특별감리하더니 1년 만에 상장 전 회계처리가 ‘문제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는 상장심사 시 제대로 된 회계감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단 방증일 뿐 아니라 자본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또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2년 전엔 ‘문제 없다’던 금감원…왜 말 바꿨나?

금감원은 2016년 11월 삼성바이오가 상장하기 전후까지만해도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에 대해 문제가 없단 입장이었다. 금감원의 위탁을 받은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예비상장기업에 대해 회계감리를 벌이는데 삼성바이오에 대해서도 상장 전 두 달여간 감리를 진행했으나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공인회계사회의 감리 결과가 그대로 수용됐고 삼성바이오는 별문제 없이 코스피에 입성했다. 참여연대 등에서 그 해 12월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다며 회계처리의 정당성에 대해 금감원에 물었으나 금감원은 다시 ‘문제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한공회의 예비상장법인에 대한 회계감리는 2개월로 기간도 짧을 뿐 아니라 면밀히 들여다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의 질문에 금감원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한 것에 대해서도 “당시 회계제도실에 관련 민원이 들어왔고 제도실측에서 사실 판단의 문제라고 답했다”며 “다만 그 당시엔 삼성바이오에 대해 감리를 하기 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2017년 2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삼성바이오의 상장 논란부터 회계처리 문제까지 공론화되자 진웅섭 당시 금감원장은 “삼성바이오 감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그 해 4월부터 특별감리 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감리에 착수하게 된 것이다.

금감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상장 전 감리는 짧은 기간 브로드하게 보는 것이고 특별감리는 참여연대 등에서 지적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된 것이 정당했는지 여부만 1년간 살펴본 것이라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윤호열 삼성바이오 상무는 “회계처리 변경 과정에서 빅4 회계법인 중 3곳의 의견을 받았고 상장 과정에서 회계법인, 회계전문가, 금감원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해서 이를 따랐다”며 “이제와서 회계 사기, 분식회계기업이라고 낙인을 찍는다면 누구를 믿고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달 중순 감리위 심의 예정..첨예한 논리 대결 예상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를 감리한 후 ‘문제 있다’고 결론을 내면서 공(功)은 증권선물위원회 감리위원회로 넘어가게 됐다. 삼성바이오가 다음 주까지 금감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이후에야 감리위를 열 수 있어 감리위는 이달 중순경에야 열릴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논란의 핵심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2015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것이 정당했는지다. 국제회계기준상 종속사에서 관계사로 변경되면 보유 지분의 가치평가 방식을 장부가액에서 공정시장가액으로 바꿔야 하는데 그 결과 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91.2%)는 3000억원에서 4조 8800억원으로 17배가량 폭등했고 삼성바이오는 5년 만에 1조 9000억원대의 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함께 설립한 합작회사인데 바이오젠이 ‘50%-1주’까지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갖고 있다. 콜옵션이 행사되면 삼성바이오(50%+1주)와 바이오젠(50%-1주)의 지분율이 비슷해지고 이사회 구성도 `1대 3`에서 `2대 2` 동수로 바뀌어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다고 판단했다는 게 삼성바이오측의 주장이다. 회계기준상 지배·종속 여부를 판단할 때 잠재적 의결권(콜옵션) 등까지 고려해서 판단하게 돼 있어 콜옵션 가능성이 크다면 종속 여부에 대한 판단을 달리할 수 있다.

바이오젠은 2015년에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정말 높았을까. 삼성바이오측은 바이오에피스의 엔브렐, 레미케이드 시밀러가 2015년 10월과 12월에 우리나라에서 승인을 받았고 12월 말 당시 엔브렐 시밀러는 유럽 승인(2016년 1월)을 앞두고 있어 바이오에피스의 가치 상승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컸다는 입장이다. 실제 바이오젠은 2015년 2월 바이오에피스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만큼 상장 전에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레터(Letter)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바이오에피스가 종속회사로 뒀다가 중간에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것은 회계처리 일관성에 문제가 있단 입장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의 홍순탁 회계사는 “콜옵션 행사에 대한 판단은 바이오에피스의 시장가치가 충분히 올랐느냐를 따져봐야 하는데 시장가치가 올랐다기보다 회계법인이 현금흐름법으로 추정한 가치를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안진회계법인은 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가 5조 2000억원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바이오에피스는 당시 나스닥에 상장하려다 이를 철회했는데 오히려 시장가치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홍 회계사는 “바이오에피스의 경영진들은 이연법인세 자산을 인식하지 못할 만큼 향후 이익을 낼 자신이 없다고 장부를 만들었는데 모회사인 바이오로직스는 이익을 많이 낼 것이라고 가치평가를 한 것이라 모순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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