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20억불 해외 SOC펀드 조성…해외진출 마중물

현지화 제도 개편…등급 공개안해
  • 등록 2015-07-16 오후 4:36:35

    수정 2015-07-16 오후 4:39:55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내달 국민, 우리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이 공동으로 20억달러(한화 2조 2900억원) 규모의 해외 SOC(사회간접자본) 펀드를 조성한다. 올해 말 아세안 경제공동체(AEC)와 아시아투자인프라은행(AIIB)이 출범하면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인프라·플랜트 등 SOC 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리 해외 SOC 부문에서 역량을 쌓으려는 취지에서다. 해외 SOC 시장에서 국내 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실적은 70~100위권으로 외국계 은행에 견줘 경쟁력이 상당히 낮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제7차 금융개혁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대책을 마련해 추진한다고 밝혔다. 해외진출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완화하고 시장성이 무궁무진한 해외 SOC 시장에 진출할 기반을 마련해 금융사의 해외사업 확대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게 골자다.

시중은행들은 내달 20억 달러 규모의 해외 SOC 펀드를 조성해 국내 건설사가 따낸 해외 프로젝트에 대출할 예정이다. 무역보험공사의 보증·보험을 통해 대출금리를 낮출 여지가 생겨 나름의 경쟁력도 갖출 수 있게 됐다. 현재 국내 은행은 외화 예금기반이 약해 해외 SOC 시장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할 때 외국계 은행보다 금리가 50bp(0.5%) 이상 높다. 특히 해외 SOC 금융 경험과 전문인력이 부족해 프로젝트를 정밀하게 심사할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AIIB 출범으로 아시아 SOC 건설이 가속화하는 등 해외 SOC금융 수요는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며 “이번 펀드조성으로 시중은행은 추후 AIIB 등이 추진하는 해외 SOC 프로젝트에 참여할 역량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20년까지 아시아 인프라 투자수요를 8조 달러(한화 8815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추후 해외 SOC펀드 소진 실적에 따라 추가로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해외진출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도 대폭 걷어내기로 했다. 보험사가 해외진출을 위해 시장 조사차원에서 법인을 세우려고 할 땐 금융위의 승인을 받는 것 대신 ‘신고’ 절차만 두기로 했다.

해외 자회사에 대한 금융지주사의 보증제공을 허용하고 담보 없이도 신용공여를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지주의 국내·외 계열사 직원이 해외법인의 직무를 겸직하는 경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도 없앴다. 인력과 자금이 부족해 영업 초기 어려움을 겪는 해외법인의 사정을 고려한 조치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은행 해외점포를 상대로 여러 지표를 평가해 등급을 매겨 공개했던 현지화 평가제도도 개편해 앞으로는 등급을 공개하지 않고 현 상황을 진단하는 용도로만 활용할 방침이다. 또 현지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없애기 위해 현지 금융당국과의 공식협의채널을 꾸리는 등 금융세일즈 외교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글로벌 담당 부행장은 “해외진출 때 가장 큰 어려움이 현지 당국과의 관계”라며 “우리 금융당국이 나서서 이런 부분을 정리해주면 금융사로선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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