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는 호소문을 통해 “우리는 하나의 생명을, 우리의 곁을 떠난 실종자를 소중히 여기는 대통령을 원한다”며 “정부에서 책임지고 마지막 한 명까지 우리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구조에 총력을 기울여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대책위는 “살인죄로 단죄하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본연의 책임을 지게 하는 리더십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주시기를 희망한다”며 “그 책임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힘을 실어주고, 권한을 부여하며 그들을 응원하고 우리가 최종적으로 바라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호소문 전문이다.
세월호 참사 관련 대통령 담화에 대한 가족 대책위원회의 대국민 호소문
우리 희생자, 실종자, 생존자 및 가족 대책위원회는 이 참사가 초래한 거대한 고통 속에서도 ① 실종자를 마지막 한 명까지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하고, ② 사고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며 ③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일념 하에 대통령님의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았습니다.
대통령님의 담화에 담긴 대국민 사과, 진상규명, 국가안전처 신설 등 여러 내용들은 우리로 하여금 대통령님의 깊은 고민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국민 여러분께 몇 가지 말씀을 드리기 위해 차가운 바다에서 절규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 선생님들, 일반인들 앞에 함께 섰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생명을, 우리의 곁을 떠난 실종자를 소중히 여기는 대통령을 원합니다. 유가족, 실종자 가족 저희 모두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실종된 저희 아이들, 실종된 저희 가족들입니다. 대통령도 실종되었으나 잊혀져가고 있는, 쓰러져가고 있는 우리 국민을 소중히 하여야 합니다.
우리는 여기를 결코 떠날 수 없습니다. 저 깊은 바다에서 아직도 우리를 찾고 있는 우리의 딸들, 함께 아파하는 국민 모두의 아들들이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빗줄기가 두렵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선생님은 그 깊은 바다 속에서 우리 아이들을 끌어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바다 속에 깊이 잠들어 있는 우리의 가족들을 위해 지금 우리에게 두려운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오늘 아침 모든 신문 지상을 통해 우리는 대통령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눈물의 힘은 크고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담화를 전면 보도하는 언론들이 잊어버린 것은 우리 부모를 기다리는, 세월호에서 아직도 절규하며 신음하고 있는 아이들의 눈물입니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 우리 아이들의 눈물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우리 선생님들의 눈물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일반인, 승무원, 실종된 모두를 위해 함께 눈물을 흘려주십시오.
우리는 정부에 다시 한 번 요청합니다. 우리에게 가족들을 찾아주십시오. 우리 아이들을 지도했던 선생님을 돌려주십시오. 나를 향해 아빠라고, 엄마라고 불러주었던 내 딸, 내 아들을 돌려주십시오. 어쩌면 내 아이가 마지막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선생님이 마지막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 아이를 꼭 찾기를 원합니다. 내 아이에게 선생님을 꼭 찾아드리기를 원합니다. 우리의 염원이 우리만의 마음이 아니라 대통령의 마음, 모든 국민의 마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부에서 책임지고 마지막 한 명까지 우리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구조에 총력을 기울여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정부가 우리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경청하기를 원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께, 국민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살인죄로 단죄하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본연의 책임을 지게 하는 리더십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주시기를 희망합니다. 잘못한 이에게 채찍을 들고, 욕을 하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그 일을 자신의 위치에서 책임지지 못했기에 참사가 발생하였고, 각자가 본연의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것이 설령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해경을 해체하고 모든 것을 바꾸어서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책임졌던 사람들을 물러나게 하는 것만이 답은 아닙니다. 그 책임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힘을 실어주고, 권한을 부여하며 그들을 응원하고 우리가 최종적으로 바라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였어야 합니다. 실종자들이 단 한사람의 예외도 없이 우리 가족의 품으로, 우리 국민들의 가슴에 안겨 눈물 흘릴 수 있도록 지금 수색을 하는 민관군 합동수색팀, 해경을 응원해주십시오. 피눈물 흘리는 아버지의 심정으로 우리의 아이들, 우리의 선생님을 찾을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이 이들을 지켜주십시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의 국민에 대한 보호의무가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지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목소리를 내주시고, 함께 외쳐주십시오. 바다 속에 잠들어 있는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울려퍼질 수 있도록 국민여러분, 도와주십시오.
17명의 사랑하는 이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팽목항에서는 돌아오지 않는 외침이 국민 모두의 목소리로 울려퍼져 우리나라를 진정으로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만들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저희는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고, 모든 사람의 안전이 보장되는 나라, 국가에 대한 믿음과 사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된 나라에 살고 싶습니다. 국민여러분, 참사로 희생된 수많은 소중한 생명들 모두를 영웅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세월호 속에서 사라져 간 단원고 학생, 선생님, 일반인, 승무원의 고귀한 생명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변화할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도 담화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모든 명운을 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희생자, 실종자 모두는 대한민국의 영웅이며, 모두가 책임을 회피할 때 각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킨 이들로 인해 우리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님, 국민여러분 우리 가족들과 함께 힘을 모아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4년 5월 19일
세월호 사고 희생자 / 실종자 / 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