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 내 물질, '수족관'처럼 분자·원자 단위로 관찰한다

KAIST, 분자·원자 단위 고해상도 전자현미경 기술 개발
  • 등록 2021-01-19 오후 1:00:00

    수정 2021-01-19 오후 1:00:00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유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반응들의 분자 단위, 원자 단위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술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감염을 일으키는지 등 기존 기술로는 관찰할 수 없었던 현상들을 관찰하고,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육종민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그래핀을 이용해 유체 내 물질들의 분자, 원자 단위 고해상도 영상을 획득할 수 있는 전자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을 이용해 관찰한 나노 입자와 박테리아의 전자현미경 사진.(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자빔을 광원으로 이용하는 전자현미경 기술은 일반 광학현미경보다 약 수천 배가량 높은 배율에서 물질을 관찰할 수 있다. 따라서 나노미터(nm) 단위로 집적화되고 있는 반도체 공정에서 품질 관리와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생체 분자 구조 파악에 이용하고 있다.

전자현미경을 구동하려면 높은 수준의 진공 상태가 필요하다. 진공에서 쉽게 증발하는 액체 시료는 관찰하기 어려워 액체 시료를 건조하거나 시료를 빠르게 냉동시키는 초저온 전자현미경 방식으로 관찰했다. 이 방식은 시료가 정지된 상태에서 구조적인 정보만을 주기 때문에 액상 전자현미경 기술처럼 액체 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기술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 액상 전자현미경 기술은 약 50나노미터 두께의 질화 실리콘 막을 이용해 액체를 고진공으로부터 보호했지만, 이러한 막은 전자빔에 대해 반투명하기 때문에 물질을 흐릿하게 만들어 원자 단위 관찰을 방해했다. 단백질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생체 분자들은 명암을 높이는 염색 과정 없이는 쉽게 관찰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자유로운 액체 순환이 가능한 그래핀 아쿠아리움 전자현미경 이미징 플랫폼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투과 막으로 이용한 그래핀은 원자 단위의 두께를 가지고 강철보다 200배 높은 강도를 지녔다. 연구팀은 자유로운 액체 순환과 교환을 위해 30~100나노미터 두께의 액상 수로를 지닌 구조체를 반도체 제작 공정인 리소그래피 공정으로 구현해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을 제작했다.

개발한 칩은 약 4기압에 달하는 압력 차이를 견디고, 기존보다 20배 빠른 액체 유동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 기존 막보다 100배 정도 얇은 그래핀은 전자빔에 대해 투명해 원자 단위에서 물질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 박테리아나 생체 분자도 염색 과정 없이 관찰할 수 있다.

육종민 교수는 “액체 내 물질들을 분자·원자 단위로 관찰하면 자연의 가장 작은 단위에서 시작되는 현상들을 규명할 수 있다”며 “미지에 싸여있던 생명 현상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내지 삽화와 함께 14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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