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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3~4일(현지시간) 양일에 걸쳐 19.89%, 13.73% 급등하자 월가에서는 이같은 경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과거 닷컴 버블이나 비트코인 열풍 등과 유사한 모습”이라며 회의적인 분석을 내놨다.
반론도 적지 않다. 일부 낙관론자들은 테슬라가 전기자동차 업계에선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한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산단가가 낮아져 마진이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생산 지연 문제도 시행착오 끝에 해결되는 추세여서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갖출 것이라는 견해다.
테슬라 주가, 이틀새 36% 폭등…“공매도가 주범”
테슬라 주가는 3일 전거래일 대비 19.89% 올라 주당 780달러(약 9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주가 상승률 기준 2013년 5월 이후 6년9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4일에도 급등세를 이어간 테슬라 주가는 장중 969달러까지 치솟았다. 마감가는 주당 887.06달러(약 105만원)으로 이틀만에 36% 상승률을 기록했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12% 폭등했다. 시가총액은 1597억달러(약 188조원)까지 불어났다. 이는 전통적인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시가총액(491억달러)과 포드 시가총액(356억달러)을 합친 것보다 많다. 거의 2배 수준이다.
테슬라와 파나소닉의 합작사인 파나소닉 조인트벤처(JV)가 지난해 4분기 흑자로 전환했다는 소식이 주가 폭등의 방아쇠 역할을 됐다. 증권사들이 테슬라 목표주가를 높이기 시작했고, 매수세가 대거 유입됐다. 파나소닉JV는 테슬라 차량의 배터리를 담당하고 있다.
S3파트너스는 공매도 세력이 테슬라 주가 상승으로 입은 손실이 올해 들어 80억달러(약 9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게인 캐피탈의 매트 웰러 애널리스트는 “전례 없는 규모지만 교과서적인 숏 커버링 상황”이라며 “숏 커버링이 연쇄적으로 반복되면서 주가가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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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펀더멘탈과 무관하게 테슬라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밀러 타박의 매트 말리 수석 시장전략가는 “테슬라의 현재 펀더멘탈이 지지하는 것을 훨씬 뛰어 넘는 수준으로 주가가 오르고 있다. 이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CNBC 등은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 2017~2918년 비트코인 열풍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2017년 한 달 만에 65% 폭등하는 등 2만달러까지 치솟았다가 2018년 말엔 4000달러 이하로 폭락했다. 닷컴 버블 당시에는 7개월 만에 IT·인터넷 등 관련 업종 주가가 80%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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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론자들은 테슬라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폭스바겐 등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생산이 지연되면서 테슬라의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이 유지 또는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다.
테슬라 옹호론자로 잘 알려진 ARK인베스트는 이날 2024년 테슬라 목표주가를 주당 70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 회사의 타샤 키니 애널리스트는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성능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테슬라와 동등한 수준의 차량을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테슬라는 1년도 지나지 않아 중국에서 엄청난 진전을 일궈냈다. 테슬라의 자율데이터 및 하드웨어 부문은 가장 저평가된 부분 중 하나인데, 이 분야에선 경쟁업체들보다 상당히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미국 시장조사기관 아거스리서치도 테슬라 목표주가를 주당 556달러에서 808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아거스리서치는 “작년 4분기 테슬라 생산 물량의 80%가 모델3 수요에 따른 것”이라며, 향후 이같은 수요가 늘어 주가가 급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테슬라는 지난달 올해 차량 인도분이 지난해 36만7000대보다 33% 이상 늘어 50만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
뉴욕주립대 스턴 경영대학원의 회계학과 교수이자 ‘밸류에이션 대가’로 잘 알려진 애스워스 다모다란은 CNBC에 “낙관론자들은 테슬라의 잠재력이 무한하다고 믿는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시한폭탄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면서 “중간이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