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한국은행이 6년 5개월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내년초 회사채 발행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회사채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 덕에 내년초 만기물량이 몰린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도 예상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말 회사채 유통시장 호조…추가 금리인상 우려 덜어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이후 회사채시장에서의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회사채 수요가 유통시장에 유입되며 거래량이 크게 늘었고 이에 따라 크레딧 스프레드(국채와 회사채 금리간 차이)도 축소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새해 기관들의 투자가 몰리는 연초효과가 서둘러 시작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실제 이데일리 본드웹이 집계하는 주요 회사채 거래대금을 보면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약 3000억원 수준이었던 일평균 거래대금이 11월 말에는 1조7000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는 12월과 내년 초까지 회사채시장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인상에 대한 우려는 이미 11월 이전부터 시장에 선반영돼 왔고 오히려 금리 인상이 단행된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금리 인상이 만장일치가 아니었던데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도 예상보다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이었다는 게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앞으로 금리 인상이 완만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는 이유다. 증권사들은 대부분 내년 7월 이후에나 추가로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분기에는 이번 11월 인상이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야 하고 2분기에는 신임 한은 총재가 임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정책 휴지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 일정도 금리 인상 시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추가 금리 인상이 내년 3분기 이후가 될 경우 추가 금리 인상 시점까지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채권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는 곧 내년 초 기업들의 채권 발행이 늘어나고 스프레드가 축소되리라는 기대가 커지며 회사채 투자심리도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기업들의 경우 내년 3분기 금리 인상을 앞두고 내년 초부터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우량기업 만기도래 늘고 기관수요 증가…발행물량 늘듯
게다가 내년 초에는 주요 우량 기업들의 회사채 만기도래가 잇따라 예정돼 있다. 기관들의 회사채시장 투자도 늘어나 시장 활성화가 예상된다. 내년 ‘AA’급 이상 신용등급을 보유한 기업들의 회사채 만기도래는 약 28조원에 이르며 이 중 1분기 만기도래 금액만 9조원이다. 일반 회사채 중 내년 1월에만 신세계(3000억원), 이마트(3000억원), LG생활건강(2100억원), 현대제철(1600억원), 현대오일뱅크(1500억원), LG유플러스(1400억원) 등 ‘AA’급 우량 기업들의 회사채가 만기도래한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기업들의 배당성향 확대와 인수합병(M&A) 가능성으로 높은 현금 보유수준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우량 회사채시장은 내년에도 순상환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고 만기도래 물량과 유사한 수준의 발행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직 첫걸음 단계지만 초대형 투자은행(IB)에 대한 기대도 여전하다.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은 연내 1조원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발행어음 판매를 개시했다. 첫날에만 4000억원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흥행이 이어지고 있어 자금조달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숫자지만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을 통해 `A`급 회사채 투자가 시작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신규 수요기반이 생기기 때문이다. 내년 초 우량등급과 A급 이하 회사채 강세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박진영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초기에도 내년 초 크레딧시장은 강세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며 “11월 개선된 투자심리도 긍정적이며 올해 12월 말에도 지난해와 같이 크레딧 선(先)수요가 유입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