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늘리는 한진칼, 계열사 지원 대비하나

3월 주주총회서 BW한도 확대 결의
“회사채 발행 다양화 검토가 목적”
적자 상태 자회사 지원도 고려될 듯
  • 등록 2023-02-22 오후 4:42:23

    수정 2023-02-22 오후 4:42:23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180640)이 자금조달 창구 다양화를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발행한도 확대를 추진한다. 오는 7월 만기가 도래하는 BW를 상환한 후 추가 발행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로 오랜 기간 적자를 겪고 있는 호텔 및 여행 사업 자회사를 지원하는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한항공 여객기.(사진=대한항공.)
2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칼은 오는 3월 22일 중구에 위치한 한진빌딩 본관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BW 발행한도를 기존 3000억원에서 6000억으로 확대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한진칼은 공시를 통해 “정관상 한도를 모두 소진했으며 시장상황에 따라 회사채 발행의 다양화 검토가 목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진칼은 지난 2020년 한 차례 30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한 바 있다. 당시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실시하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BW 발행을 결정했다. 총 3000억원 중 2000억원은 유상증자 참여에 활용하고 나머지 1000억원은 차입금을 갚는 데 쓴다는 계획이었다.

이번 BW 발행한도 확대는 BW 상환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추가 발행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이 2020년 발행한 BW는 오는 7월 3일 만기가 도래하는데, 이를 상환하더라도 발행한도를 늘리지 않는 한 BW를 재차 발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아직 BW의 발행여부와 용처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향후 계열사 지원에 활용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진칼이 보유한 여행 및 호텔 자회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랜 기간 적자경영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진칼은 호텔 자회사 칼호텔네트워크에 운영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2020년 11월 200억원을 대여해준 데 이어 지난해 2월 추가로 300억원을 대여해주기로 결정했다. 또 2021년 11월에는 한진관광에 100억원을 수혈하기도 했다.

한진칼이 공개한 IR자료에 따르면 주요 자회사 중 하나인 칼호텔네트워크는 2015년 이래 8년 동안 적자를 겪고 있다. 지난해에도 3분기 누적 기준 67억원의 적자를 쌓았다. 한진관광은 2019년 4월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12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한진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항공 사업들을 비핵심사업으로 묶어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칼호텔네트워크와 한진관광 역시 매각 대상으로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매각 검토 대상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한진칼의 재무구조가 과거에 비해 개선되면 BW를 아예 발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한진칼의 지난해 3분기 말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41.9%로 전년 동기 61.6% 대비 약 20%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차입금은 9142억원에서 8512억원으로 줄었으며 현금성자산은 반대로 638억원에서 1293억원으로 증가했다.

한진칼은 3월 열리는 주총에서 이번 BW 발행한도 확대 안건 이외에도 조원태 한진칼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도 처리할 예정이다. 사실상 산업은행의 한진칼 유상증자로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조 회장이 사내이사에 재선임된다면 경영권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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