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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출자 VC펀드 두나무에 100억원 투자
16일 금융권 및 벤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두나무’는 시리즈C 투자유치를 통해 벤처조합 4곳으로부터 약 15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이 중 약 50억원 내외의 신규 투자가 은행권이 출자한 벤처조합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설립 초기 투자에 참여했던 케이큐브벤처스가 이번에도 구원투수로 나섰다. 케이큐브벤처스는 지난해 12월 중순 결성한 ‘KIF-카카오 우리은행 기술금융투자조합’에서 2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이 조합에는 우리은행이 150억원 규모의 앵커출자자로 참여했고 산업은행, 기업은행,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등이 주주로 참여한 성장사다리펀드가 매칭투자자로 들어갔다.
이와 함께 두나무와 인연을 맺어왔던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도 ‘에이티넘고성장기업투자조합’에서 25억원가량 추가 투자했다. 이 조합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앵커 출자자로 만든 펀드로 금융권에서도 투자가 이뤄졌다.
두나무는 증권 어플리케이션 카카오스탁 개발 및 운영업체로 2012년 출범했다. 지난해 10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출시한 이후 단숨에 국내 가상화폐 거래규모 1위로 올라서며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직접 지분 보유 비율은 100억원 가운데 출자비율로 따지면 30~40% 수준일 것”이라며 “간접투자 방식이라 금융당국에서도 어떻게 판단해야 될지 모호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이후에도 투자 이뤄져…정부 규제 무용론
은행권이 벤처조합 출자에 나선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주로 모펀드격인 성장사다리펀드에 은행 자금이 출자되고 성장사다리펀드가 하위 벤처조합에 재출자하는 구조로 이뤄져 왔다. 직접 벤처조합 출자도 산업은행 등 정책기관들이 중심이돼 오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지난해 말 우리은행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기술금융투자조합 이외에도 약700억원 규모의 조합 출자에 나섰다.
또 다른 출자 금융사 관계자는 “조합규약에 명시된 투자금지 업종에 가상화폐 관련 기업들에 대한 규정은 빠져 있는 만큼 원칙적인 투자”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모호한 입장이다. 강영수 금융위원회 국장은 “은행의 증권투자와 관련해 정부 입장은 ‘통제’ 가능한 범위인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까지 제재하기에는 무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정부 방침이 정해진 이후에도 가상화폐 거래소 투자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규제 무용론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가상화폐 규제를 통제 가능한 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상화폐 취급업자(거래소)를 원칙적으로 불법으로 보고 은행을 통한 실명확인제도 도입 및 과세, 거래소 폐쇄 등의 강도높은 규제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제도권 금융사의 가상화폐 증권투자도 금지하고 있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규제가 민간의 기술·산업발전 속도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가상화폐는 중앙 정부의 힘에 대한 불신에서 태동한 만큼 정부의 통제가 통하지 않는 영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