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올초부터 미국 기업들의 인수합병(M&A)가 붐을 이루면서 장기간 랠리를 보였던 회사채 시장이 움츠러들 상황에 처했다. M&A 재원을 마련하려는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봇물을 이루면서 금리가 급격하게 뛰는 동시에 크레딧 스프레드(기업 신용도에 따른 금리 차이)가 확대되고 있어 자칫 향후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힘들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M&A 광풍에 앞다퉈 회사채 찍는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 등에 따르면 미국 M&A 업계는 금융위기 이후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고 이에 따라 회사채 발행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시장 조사업체인 딜로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내에서 일어난 M&A 규모는 총 2430억달러(약 270조3400억원)에 달했다. 이는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 2007년 5월의 2260억달러와 닷컴 버블 붕괴 전인 2000년 1월의 2130억달러를 앞질렀다. 월간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이같은 현상은 장기간 저금리 기조로 인해 자금 조달 비용이 싸지고 주식시장 호황으로 인해 M&A를 통해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회사 덩치를 키우려는 기업들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최근 차터 커뮤니케이션스가 900억달러에 타임워너케이블과 브라이트 하우스를 잇달아 인수했고 반도체칩 업체인 아바고가 브로드컴을 업계 역대 최대인 370억달러에 사들이는 등 굵직한 거래가 많았다.
이처럼 미국 M&A 시장이 역대 최대 호황기를 맞으면서 미국 회사채 시장도 분주해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최근 4개월간 미국에서 매월 평균 1000억달러 어치의 회사채가 발행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6월에도 1000억달러 이상의 회사채가 발행되면서 5개월 연속 발행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역대 최장 기간으로, 그 만큼 M&A를 위한 값싼 자금 조달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JP모건도 올해 회사채 발행 규모가 1조3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과잉에 회사채시장 쪼그라들라
이처럼 발행되는 회사채 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시장에서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실제 미국 회사채시장은 최근 수주 동안 큰 변화를 겪었다. 투자등급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의 평균 수익률은 지난 4월 중순 2.8%에서 현재 3.3%까지 급반등했다.
또한 이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크레딧 스프레드 역시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신용도가 높은 기업과 신용도가 낮은 기업 간의 채권 금리 차이가 큰 폭으로 벌어지면서 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주고 있다. 시장이 양분되면서 수요 세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모닝스타가 집계하는 회사채지수에 따르면 투기등급(정크) 회사채 스프레드는 최근 2주일만에 9bp(0.09%포인트) 확대된 456bp에 이르고 있다.
GAM 잭 플래허티 채권 펀드 매니저는 “기업 확대가 전형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는 시기”라며 “M&A 증가가 회사채 시장의 어려운 시기에 대한 전형적인 전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