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 '빈곤 예방' 방향은 맞지만 기업부담은 증가

  • 등록 2014-08-27 오후 5:25:23

    수정 2014-08-27 오후 9:55:58

[이데일리 문영재 하지나 기자] 정부가 27일 내놓은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의 핵심은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의 역할을 강화해 은퇴자들에게 ‘노후안전망’을 만들어주겠다는 거다.

빈곤층에게 기초노령연금과 기초연금을, 일반 국민에게는 국민연금이라는 안전판을 깔고 그 위에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을 추가해 연금의 소득 대체율을 높이도록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대책은 원칙적으로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지만, 손실 위험이 커지고 기업의 추가부담이 불가피한 만큼 시행 과정에서 적잖은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 “노후 빈곤층 전락 막는다”

은퇴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기대수명은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통한 노후소득 보장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공적연금의 보완을 위해 사적연금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2011년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66세 이상 인구 가운데 중위소득의 50% 이하 비율)은 48.5%에 달한다. 미국(19.1%)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6%)을 크게 웃돈다. 그만큼 우리나라 노인빈곤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가계 저축률이 낮은 가운데 가계자산은 대부분 부동산 등 실물자산 위주로 구성돼 있어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은 가입자 평균가입기간이 8.1년에 불과하고 소득 대체율도 40년 가입기준으로 봐도 47%에 그친다.

이처럼 사적연금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퇴직연금 도입률은 16%에 불과한 가운데 급여가 많지 않은 영세·중소기업의 도입은 극히 저조하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대책은 은퇴자들의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노년층의 빈곤층 전락을 막자는 것이다. 생애주기별로 안정적인 소비 흐름을 만들어 내수를 활성화하고, 자산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려는 의도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퇴직연금은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2022년 전면 의무화할 것”이라며 “스스로 노후소득을 준비할 수 있도록 연금가입과 운용, 수령 등의 전 단계에 걸쳐 법과 제도, 금융, 세제를 아우르는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손실위험 커지고 기업부담 늘어”..부작용 우려

정부의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에 대한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은 옳지만, 너무 성급하게 서두른 경향이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공적연금이나 개인연금은 이미 성숙 단계”라며 “마지막으로 남은 시장이 퇴직연금인데 정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퇴직연금 가입 유인책으로 세액공제 한도를 400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확대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가 정착되면 자연스럽게 기금형으로 바뀔 수 있는데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금형은 파산에 대비, 지급보증에 보증보험료 비용이나 관리 감독 추가 비용이 들 수 있다”며 “여러 부작용을 고려, 단계적으로 퇴직연금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어기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금은 결국 노사 간 협의로 결정되는 것인데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며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퇴직연금제도 기금형 도입이 얼마나 활성화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 변경에 따른 기업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행 시기 측면에서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비정규직 근로자, 영세중소기업 근로자 등으로 외연을 확장할 방안을 추가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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