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집주인)들의 조세 저항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정부 방안이 결국 임대인에게서 세금을 걷어 세입자에게 돌려주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 국세청이 전·월세 확정일자 자료를 바탕으로 집주인들의 임대소득을 검증해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도 임대인을 자극할 만한 대형 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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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사는 세입자로서는 이번 정부 대책 중 월세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는 점이 가장 큰 관심이다. 정부는 연소득 7000만원 이하 가구라면 연 750만원 한도 내에서 월세의 10%를 소득에서 빼주기로 했다. 세입자는 정부의 이번 조치로 약 한 달치의 월세를 아낄 수 있게 됐다.
세입자는 집주인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이전에는 집주인이 소득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 세입자의 소득공제 신청을 막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 세입자는 집주인 동의 없이도 월세 계약서와 월세 납입 증명만으로도 소득공제를 신청할 수 있다. 확정일자가 없어도 월세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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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들의 조세 저항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는 집주인들의 임대소득에 대해 적극적으로 세금을 걷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주택자 136만5000명 중 임대소득이 있다고 자진 신고한 인원은 6%인 8만3000여명에 불과하다.
다가구주택 보유자도 과세 대상에서 비켜나 있다. 현행법상 다가구주택은 원룸 20채로 구성됐다고 해도 1주택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기준시가 9억원을 초과하지 않으면 다가구주택 집주인은 임대소득으로 연 3000만원 이상을 벌어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불법으로 용도 변경된 근린생활시설 등도 과세 대상에서 빠져 있다. 최근 건축주들이 월세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건축 규제가 느슨한 근린생활시설이나 고시원으로 건축허가를 받은 뒤 원룸으로 불법 용도 변경한 사례가 허다하다.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서류상으로는 주택이 아니어서 향후 과세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아직 이런 사례가 없어 과세 여부를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집주인이 세 부담을 피하려고 월세에서 전세로 돌리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이 경우 전세 수요자의 월세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정부 정책과는 상반된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의 취지는 좋지만 과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집주인의 조세 저항이 거세지면 결국 이에 따른 피해가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세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