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기 육아휴직 사라질까…저고위 의무화 검토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문화 확대 박차
재계 “中企 상황 고려 없이 보여주기만”
  • 등록 2023-10-31 오후 2:14:58

    수정 2023-10-31 오후 7:34:42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아이를 낳으면 누구나 회사 눈치를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의무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31일 “출산휴가가 끝나면 별도의 신청 없이 곧바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자동 육아휴직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 육아휴직을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리고, 영아기 때 육아휴직을 활용하면 급여 수준을 높이는 등 정부가 맞벌이 부부를 위한 육아 지원 제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인구정책 컨트롤타워인 저고위는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게 함으로써 아이를 낳고 기르기 좋은 사회문화를 만들어가는데 박차를 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베페 베이비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이 육아·출산 용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현재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가 양육을 위해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최대 1년간 휴직을 부여해야 한다. 휴직기간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80%를 받을 수 있다. 상한액은 150만원이고 하한액은 70만원이다.

사업주는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이를 의무적으로 승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처벌 사례가 적다. 이에 현장에서는 불이익을 우려해 제도 활용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렇다 보니 육아휴직제도 활용률은 지난해 기준 여성 71.1%, 남성 28.9%에 그치고 있다.

그렇다고 육아휴직을 강제하면 활용률이 올라갈까? 현장에선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기업마다 상황이 다른데다 개개인의 사정도 달라 육아휴직을 불가피하게 활용하지 못한 이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기업들이 페널티를 우려해 가임기 여성이나 남성의 채용을 기피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선애 경총 고용정책팀장은 “육아휴직 제도가 활성화 안 된 이유가 자동으로 휴직이 안 되어서가 아니라, 백업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나 중소기업의 경우 관련 지원방안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라며 “보여주기 식으로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개별 기업이나 개별 근로자 여건에 따라 자유롭게 활성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제도 취지는 환영하지만, 육아휴직 급여에 대한 제도 재설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봤다. 이지현 한국노총 미디어홍보본부장은 “정부의 일반회계 투입 없이 정부 일반회계 노사가 조성한 고용보험기금으로 육아휴직급여를 주다간 재정이 바닥을 드러내고 말 것”이라며 “정부차원의 기금 분담 등 보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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