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경북 예천군 수해 실종자 수색 작업 중 숨진 고 채수근 상병의 빈소가 20일 마련된 가운데 유족과 지인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아들의 이름을 연신 부르던 채 상병 모친은 “왜 거기에 있니.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구나”라며 눈물을 쏟아냈다.
| 경북 예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숨진 고 채수근 상병 분향소가 마련된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관에 고인의 사진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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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3시께 채 상병의 모친은 빈소가 마련된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서 “우리 아들 이렇게 보낼 수 없어요”라며 절규했다. 그는 아들의 영정 사진이 놓인 곳으로 한동안 발길을 옮기지도 못하고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손을 붙잡고 한참 눈물을 흘렸다.
모친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데 왜 일 터지고 이렇게 뒷수습만 하냐고요. 미리미리 좀 안전히 했으면 이런 일은 없잖아요”라며 “사랑스럽고 기쁨을 준 아들이었는데 이게 뭐냐고요. 왜 이렇게 우리 아들을 허무하게 가게 하셨어요”라고 울분을 토했다.
채 상병의 부친은 굳은 표정으로 아내의 곁을 지키며 아들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기도 했다. 친척들은 출입구 쪽에 있는 채 상병의 영정 사진을 발견한 뒤 주저앉았다가 사진 속 얼굴을 어루만지며 통곡했다. 이들은 해병대원들의 부축을 받고 빈소 안으로 들어갔다.
| 경북 예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숨진 고 채수근 상병 분향소가 마련된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관에서 채 상병의 어머니가 아들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울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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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과 같은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공풍용씨는 헌화하며 “엄마한테 소고기나 보내지 말지, 야 이놈아…”라며 눈물을 흘렸다.
공씨에 따르면 채 상병은 최근 자대 배치를 받은 뒤 모친의 생일이라며 투플러스 한우를 선물로 보냈다. 그는 “채 상병이 어딜 가더라도 인사성이 밝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한 번 하면 가게 사장들이 놓아주려고 하지 않았다. 손님들이 용돈을 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웃들은 “수근아, 삼촌들 왔다. 네가 왜 거기에 있냐”며 눈물을 흘렸다. 한 이웃은 채 상병에 대해 “흠찹을 데 없는 착실한 청년이었다”며 “대민 지원에 나서기 전 아버지로 전화로 ‘물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참으로 비통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채 상병의 부친은 전북도 소방본부 소속 소방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등 정치계 인사들도 채 상병의 빈소를 방문했다.
채 상병의 영결식은 오는 22일 진행된다.
| 20일 오전 해병대 1사단 장병들이 경북 예천군에서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채 모 일병의 죽음을 애도하는 검은색 리본을 달고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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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채 상병은 지난 19일 오전 9시 10분께 경북 예천군 호명면 석관천 일대에서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4시간 뒤 내성천 고평교 하류 400m 우측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병대는 20일 수사단에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며 고인을 일병에서 상병으로 추서했다고 밝혔다. 채 상병이 소속된 해병대 1사단은 대원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지 않고 수색 작업에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