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만찬에서 만찬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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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1일 만에 국빈을 맞았다. 바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단장한 지 열흘 정도된 용산 대통령실 청사 내 집무실에서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회담이 끝난 후 만찬이었다.
경호 때문에 너무 긴 이동은 어려웠다. 정부·재계 인사 50여명과 미국 측 핵심수행원을 포함한 3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러면서도 너무 초라하지 않은, 국격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여야 했다.
엄격한 조건 아래 국방컨벤션센터와 전쟁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이 후보지로 떠올랐다. 국방컨벤션센터가 가장 연회라는 목적에 적합한 공간이었지만 만찬 당일인 5월 21일이 바로 토요일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국방컨벤션센터는 군인을 중심으로 주말에는 결혼식이 열리는 곳이다. 수개월 전부터 기다린 예비부부들의 예약을 취소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이 낙점됐다.
다만 애초부터 연회 장소가 아닌 곳을 탈바꿈하려니 쉽지 않았다. 주방 등 조리공간은 국립중앙박물관 푸드코트 내 조리실로 협소했고, 만찬장인 으뜸홀과 거리도 상당히 멀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당시 연회 케이터링을 맡은 전영진 롯데호텔 한식 연회 조리장은 불을 이용하는 요리는 박물관 푸드코트 조리실에서 하고, 음식을 데우는 워머(보온기)와 이동식 냉장고를 만찬장 가림막 바로 뒤쪽에 마련해 대표 요리는 거기서 준비해 드렸다”고 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 격의 부속시설 건립을 추진한 배경에는 이같은 문제를 인식한 탓으로 보인다.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부속시설 건립 예산으로 878억원이 소요되면서 예산낭비라는 비판이 일자 “국격에 걸맞은, 내외빈을 영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용산 시대’에 걸맞은 영빈관이 필요하다는 필요성에 많은 국민이 공감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새 영빈관 건립 예산 문제가 대통령실 이전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다시 번지자 이를 거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은헤 홍보수석은 이날 저녁 8시 30분께 언론공지에서 “윤 대통령은 오늘 대통령실 ‘국가영빈관’ 신축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린 이후 대통령실 자산이 아닌 국가 미래 자산으로 국격에 걸맞은 행사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이같은 취지를 충분히 설명해 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즉시 예산안을 거둬들여 국민에게 심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했다고 김 수석은 전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당분간 내외빈 행사에서도 용산청사 2층 연회장과 국방컨벤션센터, 전쟁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