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업계와 전문가들은 내년에 연료 단가를 반영한 전기요금 조정이 이뤄질 지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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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유가 하락을 이유로 올해 1분기(1∼3월) 요금을 ㎾h당 3.0원 낮췄다. 반면 2분기에는 ㎾h당 2.7원, 3분기에는 1.7원의 인상요인이 발생했지만 요금을 동결했다. 4분기에는 10.8원 인상요인이 발생해 올해 총 15.2원의 조정단가 인상이 필요했지만 결과적으로 조정단가는 0원이었다. 내년에 분기마다 3원씩 인상하더라도 올해 발생한 15.2원의 조정단가를 전기요금에 다 반영할 수 없다.
수시로 변하는 연료비는 전기 원가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한전은 직전 3개월(6~8월) 간 유연탄 가격이 세후 기준으로 ㎏당 평균 151.13원, LNG 가격은 601.54원, 벙커C유는 574.40원으로 3분기 때보다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연료비가 내릴 때 적자를 메우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올 수 있지만 손익 예측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기공급과 탄소중립을 위한 중장기적 투자를 제때 맞춰 할 수 없다. 연료비 변동에 따라 적자나 흑자가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적기에 시설투자 등을 하기란 불가능하다. 전기 소비자인 국민이 한전에서 투자해야 할 인프라 투자비용을 대고 세금으로 적자까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승일 서울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전력 생산을 위해서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연료를 투입하는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만큼 비용을 내야 하지만 지금까지 전기요금에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결국 고지서에 쓰여 있어야 할 요금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생기는 차액은 결국 세금으로 대신 내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전력업계에서는 연료비 연동제 정착은 곧 전기요금의 탈(脫)정치화로 연결된다고 보고 있다. 전기요금에 정치색이 너무 짙게 배 있다 보니 기형적인 상황으로 변질했다는 것이다. 연료비 연동제가 제 구실을 하려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현행 전기요금 체계로는 정부가 공정하게 전기요금을 결정해야 하는데 물가 등을 고려하면 어렵다”며 “제도를 보완하거나 미국·영국처럼 아예 독립된 요금규제위원회를 꾸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주택용 전기요금과 달리, 정부가 4분기 산업용 전기요금을 약 2.8% 인상하자 산업계는 우려를 표시했다. 박재근 대한상의 산업조사본부장은 “유가 상승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이번 전기료 인상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만 불확실한 경기 상황에서 기업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