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우병우 막아라”…편법 부동산 가족회사에 세금 물린다

[2020년 세법개정안]
소득세 피하려고 법인 설립 잇따라
지분 80% 이상 가족회사 과세 강화
  • 등록 2020-07-22 오후 2:00:58

    수정 2020-07-22 오후 9:18:19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2016년 11월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가족회사 관련 질문을 받자 날카로운 눈빛으로 기자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박근혜정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가족들이 소유한 부동산 임대업체 ‘정강’을 통해 마세라티 등 고급 승용차를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우 전 수석 일가는 정강의 주식 5000주,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개인비리 의혹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법망을 우회한 수법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자산가인 A씨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가족 명의의 부동산 법인을 다수 설립했다. 이어 보유 중이던 고가 아파트를 현물출자 형식으로 부동산 법인에 분산·이전했다. 2017년 8·2 부동산 대책으로 양도소득세 중과 등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자 법인을 통해 규제 법망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후 그는 300억원대 부동산 투기를 하다가 최근 국세청에 덜미가 잡혔다.

앞으로 가족 법인을 설립해 세금을 편법으로 회피하는 게 원천 차단된다. 정부가 배당하지 않고 과도하게 쌓아둔 소득에 과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2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협의,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거쳐 이같은 ‘2020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기재부는 개인 유사법인의 초과 유보소득을 배당으로 간주해 배당소득세를 물리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이른바 가족회사인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가 8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법인’(개인 유사법인)이 주주에게 이익을 분배하지 않고 과도하게 유보소득을 보유한 경우에 적용된다. 이렇게 초과 유보소득을 쌓아둘 경우 정부는 주주에게 배당한 것으로 간주해 배당소득세를 과세하기로 했다. 과세 대상에서 어떤 법인을 제외할지는 사업 특성 등을 감안해 시행령 개정 때 반영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1인 주주 부동산 법인 2969개, 가족 부동산 법인 3785개에 대한 전수 검증에 착수했다. 부동산 구입에 회사자금을 편법적으로 유용한 경우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특히 차명계좌 이용, 이면계약서 작성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인세율이 개인 소득세율보다 낮기 때문에 법인 설립·전환을 통해 소득세 부담을 회피하는 경우가 발생했다”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개인·법인 간 과세 차이를 이용한 소득세 회피가 방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수의 아파트를 가족 명의의 부동산 법인을 설립해 분산·보유하고 부동산 투기에 이용한 사례. [출처=국세청]
[출처=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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