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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15일 하이트진로의 총수일가 회사인 서양이앤티를 직접 또는 납품업체인 삼광글라스를 통해 10여년간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107억원을 부과하고, 총수2세인 박태영 부사장과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김창규 상무를 함께 고발했다.
박 사장과 김 대표가 이례적으로 개인 고발까지 당한 것은 서해인사이트 매각과정에서 자산가치를 부풀려 서영이앤티에 이익을 몰아주도록 지시한 증거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비상장사인 서영이엔티는 2016년말 기준 박태영 부사장(58.44%)을 비롯해 박문덕 회장(14.69%) 등 친족일가 지분이 99.91%에 달하는 친족회사다. 공정위는 서영이앤티가 자금압박에 시달리자 자회사를 ‘웃돈’을 받고 매각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는 매수자와 매각자간 자산가치 평가 과정에서 ‘짬짜미’가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영이앤티의 회계법인인 대주는 자산가치평가 초안을 하이트진로에 전달했고, 하이트진로는 다시 키미데이타의 회계법인인 삼영에 넘겨주면서, 매각가치를 현금흐름할인법(DCF)를 통해 25억원으로 비슷하게 설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매수자는 매각가치를 낮게 평가해 싸게 인수하고, 매도자는 매각가치를 올려 비싸게 팔아야 하는데, 양측이 똑같은 평가 결과를 냈다”면서 “이메일 등을 주고 받은 과정 등 증거자료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공인회계사 윤리강령에 따르면 회계사는 직무수행과정에서 취득한 정보에 대한 비밀을 지켜야 하며, 의뢰인의 명확한 승인없이 어떠한 정보도 제3자에 누설해서는 안 된다. 공정위는 매수자와 매도자간 가치 판정기준이 공유가 된 만큼 회계사 윤리 강령에 위반될 수 있어 관련 사실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삼영 회계법인은 대주 회계법인에게 직접 관련 정보를 넘겨준 것은 아니고, 의뢰인이 하이트진로가 넘겨준 것인 만큼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계법인 회계사는 “일반적으로 매수자와 매도자간 자산가치 평가를 공유하는 경우는 없고 회계법인은 제3자에게 정보를 유출해서는 안 된다”면서 “다만 매각을 주도한 하이트진로를 통해 정보가 교류된 만큼 여러 정황을 놓고 불법 여부를 다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재무제표에 과징금 납부 예정액을 미리 반영해서 적자가 난 사실을 숨겨서 과징금을 200억원 이상 부당하게 감경받은 김앤장 소속 김아무개 변호사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 검토를 요청한 바 있다. 변호사에 이어 회계사까지 징계 요청에 나서면서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근절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