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街 호평받은 현대건설 실적…샴페인 터뜨릴까

작년 4분기 실적 발표하자…증권街, 일제히 '매수' 의견 내놔
떼일 가능성 큰 미청구공사, 전체 매출액 40% 육박
현대엔지니어링 실적 의존도 심화…"합병 이슈 소멸될 때까진 투자심리 부정적"
  • 등록 2015-01-27 오후 3:42:04

    수정 2015-01-27 오후 3:46:08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현대건설이 최근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실적을 발표하면서 증권가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종 특유의 리스크 요인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주가 상승을 점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자료 : 마켓포인트(단위 : 원)
2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현대건설(000720) 주가는 이날 0.24%(100원) 오른 4만 2400원에 장을 마쳤다. 작년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지난 23일 전후로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4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동기 대비 26.1%, 25.8% 늘어난 5조 1344억원, 261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소폭 밑돌았지만, 베네수엘라 정유공장 자금이 유입되면서 3분기 동안 부진했던 매출이 정상화한 덕분이다. 증권가에선 실적 발표 이후 일제히 ‘매수’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실제 공사 진행률에 따라 영업실적이 달라질 수 있는 건설업종 특성상 앞으로 발표할 미청구공사 잔액과 영업활동 현금흐름 추이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장밋빛 전망을 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초부터 연말까지 2000억원 안팎의 분기별 영업이익을 이어왔지만, 현금흐름표 상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작년 3분기까지 -1131억원) 상태였다. 이익으로 잡은 돈이 실제 현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현금이 들어오지 않고 있는 이유는 장부상 영업이익으로 인식했지만, 실제로는 현금으로 들어오지 않은 계정, 즉 미청구공사가 전체 매출액의 40%에 육박할 만큼 늘어난 탓이다. 미청구공사는 건설사에선 수익으로 기록했지만, 발주처는 이를 반드시 줘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공사 현장 상황에 따라 언제 손실로 돌변할지 모르는 금액이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2조 2526억원이었지만, 미청구공사는 4조 7577억원에 달했다. 미청구공사는 직전연도 말에 비해 15.8% 증가했다.

또 증시 전문가들은 비상장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한 실적 의존도가 더욱 심화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점으로 꼽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을 걷어내면 사실상 현대건설 독자적인 영업실적은 직전년도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의 지난 한 해 누적 영업이익은 9589억원이지만, 이중 4084억원이 현대엔지니어링이 벌어들인 돈이다.

증권가에선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간 지배구조 불확실성 문제도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 오너가 지분이 많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일감을 몰아주는 등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한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며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간 합병 이슈도 있어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진 현대건설에 대한 투자심리는 긍정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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