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전자발찌' 의미 모르고 결혼한 탈북女

결혼하고 벗지 않는 발찌 의미 알고보니 '성범죄자'
카드대출까지 받고 집 나간 남편 상대로 혼인취소 소송
법원서 혼인 무효.."국내 사정 어두운 탈북녀 교육 필요"
  • 등록 2023-04-10 오후 3:20:24

    수정 2023-04-10 오후 3:57:06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탈북여성이 전자발찌를 차고 결혼한 남편을 상대로 혼인 취소 소송을 내어 이겼다. 남편은 결혼 당시부터 발에 발찌를 차고 있었는데, 국내 사정에 어두운 탈북여성은 발찌의 의미를 모르고 결혼했다. 훗날 남편이 성범죄자라는 사실을 알고 혼인 취소 소송을 내어 승소한 것이다.

전자발찌로 불리는 위치추적 전자장치.(사진=뉴스1_)
1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탈북여성 A씨는 2016년 한국에 입국하고 인터넷 중매사이트에서 B씨를 만났다. 둘은 교제를 시작했고 지난해 3월 결혼했다.

그런데 남편 B씨는 발에 발찌를 한 번도 벗지 않았다. 심지어 씻거나 잠을 잘 때도 발찌를 차고 있었다. B씨는 “과거에 건달 생활을 하다가 대신 처벌받은 경력이 있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게다가 정기적으로 공무원이 찾아와서 B씨의 안부를 묻고 갔다.

미심쩍었던 A씨는 남편을 찾아온 그 공무원에게 발찌가 무엇인지 물었다. 설명을 들은 A씨는 여성가족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나오는 성범죄자 알림e 서비스에서 남편을 조회했다. 남편은 10여 년 전 특수강제추행, 특수강도강간 등으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성범죄자였다.

이 사실이 드러난 B씨는 집을 나갔다. A씨는 B씨가 자기 휴대폰을 이용해 카드 대출 2000만원을 받은 것도 나중에 알았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혼인 취소와 함께 위자료 15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이 사건을 심리한 전주지법 최치봉 판사는 “혼인을 취소로 하고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800만원을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최 판사는 “B씨는 혼인 신고 당시 A씨에게 자신이 부녀자를 강제추행하고 강도강간한 범죄사실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B씨의 범죄 경력은 A씨가 혼인을 결심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유”라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혼인 신고를 했고, 알았더라면 혼인을 결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두 사람의 결혼은 법에서 정한 혼인 취소 사유인 ‘사기로 인해 혼인한 때’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을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김건우 변호사는 “온라인 중매가 늘어나면서 상대방 정보를 정확하게 모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국내 사정에 어두운 탈북민이나 이민자에 대한 교육과 지원을 확대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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