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태원 보행로 넓혀야'…5년前 정부보고서만 이행됐어도

국토부 용역으로 해밀톤호텔 주변 보행권 실태 조사
최소 기준치 턱없이 모자란 이태원 보도…좁은길은 50cm
주변 시설물 정비해 '보도 확장 가능' 제안은 무산
이태원 참사 부른 '보행자 과밀' 비춰 안일한 정부 대응
  • 등록 2022-11-01 오후 2:34:20

    수정 2022-11-01 오후 9:16:05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 근처에 사람이 오가는 길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정부 보고서가 수년 전에 작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태원 참사 원인이 보행자 병목 현상이고 근원으로 보행 과밀 현상이 꼽힌 점을 고려하면 과거 정부 대처가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1월 국토교통부가 용역을 의뢰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이태원로 일부 지하철 환풍구를 보행영역으로 확장해 보행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들어 있다. 사진의 빨간 원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서 녹사평역 방향으로 50m 거리에 위치해 있다. 맨위부터 차례로 구글 스트리트뷰(2018년 4월), 네이버 거리뷰(2022년 7월), 카카오맵 로드뷰(2022년 8월)를 비교해 보면 보고서 작성 이후부터 최근까지 해당 보도의 확장은 이뤄지지 않았다.(사진=각사 캡처)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건축도시공간연구소는 2017년 1월 ‘보행권과 미관을 고려한 보도 시설물 설치 및 관리 개선방안 마련 연구’라는 보고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국토부 용역을 받아 수행한 이 연구에는 이태원 지역의 보행권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담겼다. 당시 연구소는 국무총리실 산하 국토연구원에 달린 국책 연구소였다.

보고서는 서울 시내 보행권 침해 지역과 실태를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와 보광로 일대 보도를 검토했다. 이태원로는 지하철 3호선 녹사평역부터 한강진역으로 이어지면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을 횡(橫·가로)으로 관통한다. 보광로는 한강 북단의 보광 삼거리부터 해밀톤 호텔까지 종(縱·세로)으로 닿아 있다.

검토 결과 이태원로와 보광로 보도는 폭이 기준치에 현저하게 미치지 못하거나 간신히 최소한을 충족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로법상 도로구조규칙은 보도폭을 최소 2m로, 불가피한 경우에는 1.5m로 각각 정하고 있다.

그런데 해밀톤 호텔을 지나치는 이태원로의 보행영역은 최대 3.8m에서 최소 1.8m였다. 최소 영역은 성인 남성(평균 어깨너비 40cm 기준) 네 명이 통과하기에도 비좁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유동인구가 많은 데 비해 지하철 환기구 등 대형 시설물이 많고, 별도 후퇴부 규정이 없어서 상점이 보도를 물건진열에 활용·점유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후퇴부는 건축법상 도로에 인접한 대지에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최소한으로 확보해야 하는 공간이다. 이태원로는 여기에서 무방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도에 설치된 환기시설을 보도로 확장해 보행공간을 늘릴 수 있다. 이렇게 시설물 영역을 1.5m로 줄이면 보행영역을 2m 이상으로 넓힐 수 있다’고 개선안을 제시했다.

해밀톤 호텔과 닿아 있는 보광로는 사정이 더 열악하다. 보행영역은 최대 1.2m에 최소 0.5m에 불과했다. 도로법에서 정한 최소 보도폭(1.5m)에 모두 미달한다. 보도 너비 0.5m는 성인 남성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보광로 보도 현실에 대해 ‘관광객이 많이 오가는데 통행로 폭은 심각한 수준이고, 전봇대와 가로수가 번갈아 가며 통행공간을 점유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후퇴부 규정이 없어서 상가가 보도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은 이태원로와 공통된 지적이다.

그러면서 ‘보도확장기법을 활용해 시설물 설치 공간을 집중시켜서 (나머지 공간에) 보행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대목에서 보고서가 ‘확보할 수 있다’는 데에서 나아가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제시한 게 눈에 띈다.

그러나 보고서 작성 이후 해당 보도의 폭을 넓히는 작업은 지지부진했다. 이날 현재까지 ‘이태원로 보도에 설치한 환기시설을 보도로 확장해 보행 공간을 늘릴 수 있다’는 보고서 일부 제안은 실제로 적용되지 않은 상태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비상계엄령'
  • 김고은 '숏컷 어떤가요?'
  • 청룡 여신들
  • "으아악!"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