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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서울 시내 보행권 침해 지역과 실태를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와 보광로 일대 보도를 검토했다. 이태원로는 지하철 3호선 녹사평역부터 한강진역으로 이어지면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을 횡(橫·가로)으로 관통한다. 보광로는 한강 북단의 보광 삼거리부터 해밀톤 호텔까지 종(縱·세로)으로 닿아 있다.
검토 결과 이태원로와 보광로 보도는 폭이 기준치에 현저하게 미치지 못하거나 간신히 최소한을 충족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로법상 도로구조규칙은 보도폭을 최소 2m로, 불가피한 경우에는 1.5m로 각각 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유동인구가 많은 데 비해 지하철 환기구 등 대형 시설물이 많고, 별도 후퇴부 규정이 없어서 상점이 보도를 물건진열에 활용·점유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후퇴부는 건축법상 도로에 인접한 대지에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최소한으로 확보해야 하는 공간이다. 이태원로는 여기에서 무방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도에 설치된 환기시설을 보도로 확장해 보행공간을 늘릴 수 있다. 이렇게 시설물 영역을 1.5m로 줄이면 보행영역을 2m 이상으로 넓힐 수 있다’고 개선안을 제시했다.
해밀톤 호텔과 닿아 있는 보광로는 사정이 더 열악하다. 보행영역은 최대 1.2m에 최소 0.5m에 불과했다. 도로법에서 정한 최소 보도폭(1.5m)에 모두 미달한다. 보도 너비 0.5m는 성인 남성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면서 ‘보도확장기법을 활용해 시설물 설치 공간을 집중시켜서 (나머지 공간에) 보행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대목에서 보고서가 ‘확보할 수 있다’는 데에서 나아가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제시한 게 눈에 띈다.
그러나 보고서 작성 이후 해당 보도의 폭을 넓히는 작업은 지지부진했다. 이날 현재까지 ‘이태원로 보도에 설치한 환기시설을 보도로 확장해 보행 공간을 늘릴 수 있다’는 보고서 일부 제안은 실제로 적용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