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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수십년 동안 가장 인기 있는 분야인 정보기술(IT) 직업 중 일부를 얻기 위해선 실리콘밸리 인근에 살면서 엄청난 주거비용과 긴 통근 시간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실리콘밸리로 꼭 이주하지 않더라도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며 “팬데믹을 계기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인재 채용 경쟁에 새 지평이 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위터의 경우 팬데믹 이전인 2018년부터 실리콘밸리 인력을 다양한 지역의 사무소 등으로 재배치하는 등 유연한 근무 정책을 시작했는데, 올해 원격근무 신청자가 2019년 대비 9배 급증했다. 트위터는 현재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 산호세에 새 사무실을 열 예정이다. 또 오스틴, 샌디에고, 포틀랜드 등지에서도 원격근무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사무실 임대를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더 다양한 지역에서 폭 넓은 인재를 채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트위터의 제니퍼 크리스티 최고인적자원책임자(CHR)는 “(팬데믹을 계기로) 직원들의 인식이 영구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요즘은 근무 유연성이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파일 공유 플랫폼 드롭박스 역시 여러 도시에 허브 사무소를 개설해 인력을 재배치했다. 올해 1월 이후 신규 채용자의 60%는 샌프란시스코, 뉴욕, 시애틀 이외 지역에서 일을 하고 있다. 업무용 메신저 업체 슬랙도 지난 4월 정규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위워크 사무실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6개월짜리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일각에선 업계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빅테크 기업들이 스타트업이 채용할 수 있는 인재들을 먼저 데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드업들에게 있어서는 급여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같은 이점이 사라지게 됐다. 이미 선도적인 IT 기업들이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정책을 채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나 마케팅 전문가가 강변 오두막에서 일하면서도 페이스북이나 세일즈포스에서 큰 돈을 벌 수 있게 됐다.
헤븐리 역시 언제 핵심 임원 또는 직원이 다른 회사로 옮겨갈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 회사의 리 메이어 최고경영자(CEO)는 “한 때는 20% 급여 인상 및 더 나은 대우 등을 제시한 다른 기업들에게 여러 임원들을 빼앗길 뻔 했다”고 토로했다.
실리콘밸리로부터 이주자들이 많은 보즈먼의 경우 지난달 주택 가격이 전년 동기대비 5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즈먼에 본사를 둔 한 기업의 CEO는 직원들의 생활비 부담이 커진 반면 직원 채용은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기업들과 경쟁하게 되는 등 더욱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다만 중소 스타트업의 인재 채용 어려움은 일시적일 것이라는 진단이다. WSJ은 “기술직 민주화가 단기적으로는 실리콘밸리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게 아니라 더욱 확대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소규모 허브 기업들이 새로운 이직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인재 채용의 폭을 넓혀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일부 대규모 IT기업들이 재택근무 정책을 철회하기 시작하면 일시적인 벤처캐피탈의 노동력 부족 현상도 완화할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
한편 최근 미국에서는 “재택근무를 포기하느니 차라리 이직하겠다”는 근로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이 모닝컨설턴트에 의뢰해 보도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40% 가량이 원격·재택 근무를 선택하지 못할 경우 사직을 고려중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