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대기업 이사회규정 어기며 미르·K스포츠재단 거액 출연"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포스코 미르재단 30억 출연시 재정 및 운영위 사전심의 없이 결정
삼성물산, KT 이사회 의결 없어..현대차·LG·GS 계열사 각출
  • 등록 2016-09-26 오후 2:27:39

    수정 2016-09-26 오후 2:27:39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대기업들이 이사회규정을 어기며 거액을 출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포스코(005490)는 K스포츠재단이 설립된 보름 후인 지난 1월 28일께 이사회를 열어 30억원 출연을 의결했다. 이사회 개최에 앞서 재정 및 운영위원회 사전심의도 거쳤다. 이는 ‘1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기부찬조는 이사회에 부의해야 하고 10억원 초과 기부찬조는 이사회에 앞서 재정 및 운영위원회 사전 심의를 받도록 하는’ 이사회 규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포스코는 미르재단에 30억원을 출연할 때에는 재정 및 운영위원회 사전심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10억원을 초과하는 기부 찬조에 대한 사전 심의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포스코는 2015년 국민생활체육회에 10억원을 출연할 때에도 사전심의를 거쳤다.

이어 미르재단에 11억원을 출연한 KT(030200), 13억원을 출연한 삼성물산(028260)도 이사회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KT의 경우 10억원 이상의 출연 또는 기부의 경우 이사회에 부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삼성물산도 타법인에 출자할 경우 이사회에 부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두 재단에 기금을 출연하는 과정에서 계열사에 ‘쪼개기 형식’으로 출연금을 모금한 정황도 드러냈다. 26억원을 출연한 GS(078930)는 GS칼텍스, GS건설(006360), GS리테일(007070), GS홈쇼핑(028150) 등 8개 계열사로부터 각출해 26억원을 채웠다.

K스포츠재단에 43억원을 출연한 현대차(005380) 또한 기아자동차(000270) 현대모비스(012330), 현대차 등이 기금을 모았고, LG(003550)그룹도 LG화학(051910), LG생활건강(051900), LG디스플레이(034220) 등 8개 계열사가 5000만~10억9000만원의 금액을 각출해 30억원을 조성했다.

노 의원은 “일부 대기업들이 내부 의사결정도 지키지 않은 채 출연금을 두 재단에 몰아줬고, 약정금액을 충당하고자 계열사로 갹출까지 받는 행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권이나 권력 실세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기업이 이렇게까지 무리했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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