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부동산 경매 '광풍'…낙찰가율 두 달 연속 100%↑

  • 등록 2014-10-13 오후 5:46:57

    수정 2014-10-13 오후 5:46:57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지난 6일 제주지법에서 경매에 부쳐진 제주시 애월읍의 한 단독주택에는 무려 131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바다와 불과 350m거리에 위치한 이 물건은 139㎡ 규모의 토지와 연면적 66.82㎡ 1층짜리 주택을 포함한 감정가가 3577만8260원에 불과했다. 중형 자동차 한 대 가격이면 제주도 바닷가에 펜션 등으로 꾸밀 수 있는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유찰없는 신건임에도 치열한 경쟁 끝에 박모 씨가 감정가의 3.4배에 이르는 1억2179만원에 낙찰받았다.

정부가 DTI(총부채상환비율)·LTV(주택담보인정비율)등 대출규제를 푼 7·24대책에 이어 재건축 연한 단축을 주요 내용으로 한 9·1부동산 대책까지 잇따라 내놓으면서, 부동산 경매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등 해외자본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제주도는 아파트 중심인 서울·수도권과 달리 토지와 주택, 임야 등 물건을 가리지 않고 응찰자가 몰리고 있다.

13일 부동산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이달 제주지역 부동산 경매 물건의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18.82%로 전달(100.53%)보다 18.29%포인트 급등, 두 달 연속 100%를 넘어서고 있다. 제주도의 평균 낙찰가율은 이미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90% 이상을 기록했고, 9·1대책 발표 이후에는 100%가 넘으며 광풍 수준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입찰경쟁률을 나타내는 평균 응찰자 수도 이달 11.1명으로 전달(6.5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제주지역 부동산 경매 물건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1억원 안팎의 소액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달 경매된 22건의 평균 감정가는 약 1억4000만원 선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약 3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여기에 중국 등 해외자본이 밀려들면서 올해(1~8월·한국감정원) 제주도의 지가 상승률(2.34%)이 전국 평균(1.24%)의 두 배에 이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경매에 나온 제주지역 토지와 임야 등은 감정가의 2~3배가 넘는 가격에 낙찰되고 있다.

실제 지난 6일 경매된 제주시 안덕면 사계리의 한 임야(1765㎡)는 바다와 60m거리에 위치했고 땅 옆으로 올레길(10코스)이 지나는 입지 덕에 18명이 응찰, 감정가(4765만5500원)의 4배가 넘는 1억9100만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이 물건은 차량 통행이 가능한 도로와 접하지 않았고 경관 및 생태계보전지구에 속해 용도변경이 어려워 활용가치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지난 7월 첫 경매에서도 33명이 응찰해 낙찰자가 1억7700만원을 써냈지만 결국 입찰보증금만 날린 채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제주도가 내륙지역과 다른 여러 건축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에 투자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제주도는 바다 인접지 대부분이 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건축 허가가 쉽지 않고 토지분할 등에서 규제도 많다”며 “저렴한 감정가와 막연한 기대감에 휩쓸리지 말고 입찰 전 해당 물건에 대한 법적 규제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1~10월 제주도 부동산 경매 낙찰가율 변화 추이. [자료=부동산태인·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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