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하고 인상 시기 분산에 협조를 바랍니다.”
정부가 새해 들어 식품·외식 업계와 연이어 간담회를 갖고 있다. 최근 식료품 등 밥상물가가 치솟으면서 서민경제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엔 간담회 또는 협의지만 업계에 던진 ‘메시지’는 사실상 가이드라인 제시와 압박에 가깝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 ▲경기 고양시 한 대형마트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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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7일 ‘식품기업 간담회’를 열고 농심, 대상, 오뚜기, CJ제일제당, SPC 등 주요 5개 기업을 불러들였다. 그러면서 경영효율화 등 원가 절감을 통해 가격 인상 품목과 폭을 최소화하며 고통을 분담해달라고 ‘요구’했다.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도 참석해 초반부터 ‘가격 담합’을 들먹이며 으름장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별한 간담회’는 세부 업계별로 계속되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외식업계 간담회’를 열고 한국외식산업협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의회, 제너시스비비큐(BBQ), 바르다김선생, 본아이에프(본죽) 등 관련 단체와 업체들도 불러들였다. 외식물가 안정을 위한 업계 소통이라고 내세웠지만 메시지는 같았다.
정부가 잇따라 업계를 소집해 ‘군기’를 잡고 가격통제하는 모습을 두고 지나친 민간 개입이라는 지적이 따른다. 최근 물가 오름세는 전 세계 식량 등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용 줄인상, 국내 최저임금과 임대료 상승에 따른 인건비·운영비 증가 등이 주요인이다. 결국 정부가 정책적 물가 관리에 실패해놓고 ‘남 탓’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 시기를 달리하라는 정부의 가이드라인도 부담이다. 적절한 가격인상 시점을 놓칠 경우 증가하는 비용도 부담이지만 자칫 나홀로 가격을 올리는 듯한 모양새가 될 수 있어서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정부의 섣부른 가격통제가 자칫 시장의 자율성과 형평성 왜곡을 초래하는 행정 편의주의적 접근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