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소프트,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접었다…‘브릴라이트’ 전량 매각

게임 연계한 블록체인 생태계 꿈꿨지만
컨소시엄 참가 기업 계약체결 실패 장기화
3년째 성과 없자…“경영효율화 위한 선택”
게임업계 블록체인 사업 전반적 지지부진
  • 등록 2020-09-07 오후 2:25:22

    수정 2020-09-07 오후 3:12:41

블록체인 플랫폼 ‘브릴라이트’는 한빛소프트가 추진했던 사업다각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한빛소프트 제공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한빛소프트(047080)가 사업다각화의 한 축을 담당하던 블록체인 자회사 ‘브릴라이트’의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한빛소프트는 브릴라이트에서 발행한 암호화폐 브릴라이트코인(BRC)은 물론 기타 코인도 전량 처분, 암호화폐 사업에서 완벽하게 손을 뗀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빛소프트는 홍콩법인을 통해 설립했던 블록체인 자회사 브릴라이트의 지분을 지난해 12월24일자로 전량 매각했다.

한빛소프트는 올해 초 연간 사업계획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블록체인 자회사이자 플랫폼인 브릴라이트가 올해 본격적인 게임 출시 원년을 맞는다”고 밝히며 해당 사업을 본격화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지만, 이미 그전부터 사업을 접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한빛소프트 측은 “공시 전 단계에서, 자회사 매각 사실을 실무진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릴라이트 매각과는 별개로, 블록체인 가술 및 게임관련 연구개발 활동은 지속하고 있다. 암호화폐 관련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미래 기술 연구에 매진한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빛소프트의 브릴라이트 매각 결정은 경영 효율화를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2019년 하반기 기준 브릴라이트의 매출은 33억원, 부채는 70억원이다. 브릴라이트의 게임 연계 플랫폼 프로젝트 역시 3년째 성과 없이 지지부진한 상태를 이어오고 있었다.

브릴라이트는 여러 게임 간의 자산 이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플랫폼이다. 단순히 게임 플레이를 즐기기만 해도 브릴라이트코인(BRC)이 적립되며, 플랫폼 내 한 게임에서 다른 게임으로 옮겨가더라도 이용자의 자산 가치를 지켜준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2018년 1월 암호화폐공개(ICO)를 하면서 같은 해 4월 5000만달러(약 550억원)의 투자금을 모집하고, 지난해 7월 메인넷을 구축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이후 파티게임즈, MGXP, 신윤아이케이 등 게임업체들과 블록체인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생태계 조성에 나섰지만, 실질적인 계약 단계까진 성사되지 못했다. 브릴라이트 메인넷을 통해 모바일 게임 2종(방치형 RPG ‘미녀삼국’, 퍼즐 ‘2048’)과 PC 온라인 게임 1종(MMORPG ‘위드’)에 대한 연동 테스트가 완료되는 대로 글로벌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흐지부지하게 끝났다.

브릴라이트에서 발행한 브릴라이트코인(BRC) 역시 가치 상승에 실패했다. 대표적인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도 등록되지 않았을 뿐더러 상장된 암호화폐 거래소 역시 비트포렉스, 코인제스트 정도에 그치고 있다. 쿠오인이 운영하는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리퀴드는 BRC를 올 5월 방출했다.

한빛소프트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빛소프트 입장에선 경영 효율화를 위한 선택이었고, 브릴라이트도 독립이 필요했다”며 “블록체인 생태계라는 것이 다양한 파트너가 들어와서 컨소시엄을 구성,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데 한빛소프트가 주도하고 컨트롤하는 모양새가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브릴라이트의 컨소시엄 구성 작업이 너무 지체되면서 코인 가치도 급격히 하락했다. 한빛소프트도 빠질 타이밍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빛소프트 외에도 국내 중소·중견 게임사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블록체인-게임’ 연계 사업은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위메이드(112040)는 지난해 자회사 위메이드 트리를 통해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를 출범했지만 게임 출시가 계속 지연되고 있고, 엠게임(058630)은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귀혼 for 클레이튼’ 등 게임 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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