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우려 현실화..8월 주택용 전기요금 1조 넘어

주거용 9469억 등 주택용 요금 사상 최대
8월 요금 증가율, 작년 연평균보다 109배
누진 5~6단계 603만 가구, 5779억 부담
전문가들 "과도한 누진제 대폭 바꿔야"
  • 등록 2016-09-19 오후 4:22:30

    수정 2016-09-19 오후 10:56:04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지난달 주택용 전기요금이 1조원을 돌파,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전력(015760)은 전기 사용량이 많아 누진 5~6단계를 적용받은 600여만 가구로부터 6000억원 가량의 판매수익을 올렸다. 현 추세대로 가면 올해 한전은 역대 최대치 전기판매 실적을 올릴 전망이다.

19일 한전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8월 주택용 전기요금은 순수 주거용 9469억원에 비주거용(주택용 적용 받는 소규모 점포 등) 요금 잠정치 1200억원(7월 기준)을 더해 총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월별 ‘전력통계속보’ 통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2267만 가구가 대상인 순수 주거용 전기요금의 폭증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주거용 전기료는 올해 7월(5722억원)보다 3747억원(65.5%) 급증했고 지난해 8월(8397억원)에 비해서도 1072억원(12.8%) 늘었다. 65.5% 증가율을 지난해 연평균 주택용 요금 증가율(0.6%)과 비교해보면 최대 109배나 급증한 수준이다.

7월보다 8월에 요금이 증가한 가구 수는 총 1628만 가구에 달했다. 특히 누진 5~6단계를 쓰는 가구 수가 7월에 114만 가구에서 8월에 603만4000가구로 한달 새 489만4000가구 늘어났는데 전체 26.6%를 차지한 이들 5~6단계 가구는 8월 전체 주거용 전기료에서 61%(5778억5300만원)나 부담했다. 최대 누진율 11.7배(한전 추산)로 전기료가 부과됐기 때문이다.

현행 누진제가 그대로 유지되면 올해도 한전은 수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올해 7월까지 주택·교육·산업·일반용 등 전기를 판매해 얻은 수익은 31조9427억원으로 작년보다 1.4% 증가했다. 올해 1~7월 판매수익 증가율은 농사용이 5.2%, 일반용이 3.6%, 주택용이 2.7%로 산업용(0.1%)보다 높았다.

현 추세로 가면 한전의 올해 전기 판매수익은 지난해 수입(53조9636억원)을 초과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사 사옥 매각과 저유가로 인한 전기 원가 절감 등으로 지난해 한전의 영업이익(연결기준) 11조3467억원, 당기순이익 13조3148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전의 전기료 수익을 고려해 주택용 누진제를 대폭 개편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한전의 영업이익이 10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땜질식 한시적 완화에 그쳐선 안 된다”며 “이제라도 한전이 과도한 누진제 관련 전기요금 원가, 산정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개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전 관계자는 “누진제는 사용량 증가율에 비해 요금증가율이 더 높으나 올해 시행된 하계할인 효과를 고려하면 양측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한전의 이익을 보고 누진제 완화 여력을 전기요금 개편 과정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요금 당·정 태스크포스(TF)는 이르면 11월까지 누진제 개편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전의 ‘전기공급 약관’에 따르면 6개 종별(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가로등)로 요금이 분류된다. 주택용은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요금이 급증하는 6단계 누진요금제로 구성돼 최저·최고 요금이 11.7배 차이(한전 추산)가 난다. 한전은 이 약관에 근거해 산업통상자원부 인가를 받아 요금을 부과한다. 평소 월 전기요금을 3만원 가량 내던 가정이 소비전력이 높은 난방기기를 사용하면 누진제 영향으로 난방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기기 사용시간을 매일 5시간에서 10시간으로 두배 늘려도 사용요금은 두배 넘게 올라간다. (출처=한전, 오른쪽 건물은 전남 나주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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