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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기업간 ‘혈맹’은 2012년 6월 8일 공식화됐다. 넥슨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보유주식중 일부를 인수해 엔씨소프트의 최대 주주가 됐다. 넥슨이 인수한 엔씨소프트의 지분은 14.7%였다.
당시 양사간 전격적 거래에 대해 게임 업계는 물론 국내 산업계에서도 관심이 컸다. 첫번째는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매입의 이유였다. 일각에서는 넥슨이 최대주주가 돼 엔씨소프트를 인수하려고 하는 분석을 했다.
실제 김택진 엔씨소프트가 자신이 키운 게임을 김정주 NXC(넥슨의 지주사) 대표에 맡기려는 수순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후 이어진 엔씨소프트의 명예퇴직 등이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김택진 대표가 여전이 엔씨소프트를 진두지휘하면서 이같은 예상은 사그라들었다.
EA 인수설?..확인되지 않은 設중 하나
이후에 나온 설중 하나가 미국 EA스포츠에 대한 인수설이다. EA는 스포츠 장르 비디오게임 대표적 명가다. EA를 인수하면 일본의 닌텐도처럼 세계적인 게임사로 이름을 날릴 수 있다.
마침 당시는 EA의 주가가 바닥을 쳤던 시기였다. 게임업계에서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EA의 수장을 맡고 김정주 NXC 대표가 이를 서포팅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엔씨소프트 측에서는 이같은 소문을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확인할 수는 없지만 설득력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전직 엔씨소프트 직원은 “EA 인수건에 대해 엔씨소프트 구성원들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면서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실처럼 굳어져 의아했다”고 말했다.
엔씨와 넥슨 불화의 단초..모바일化
넥슨과 엔씨소프트 간 불화의 단초는 게임 시장의 변화에 있다. 기존 온라인 중심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변하면서 빠른 시장 적응력이 중요해졌다. 넥슨은 모바일 게임 시장에 적극 진출했지만 엔씨소프트는 온라인 게임에 무게 중심을 더 뒀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 2월 넥슨이 엔씨소프트 측에 보낸 주주 제안서에도 드러나있다. 넥슨은 시장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엔씨소프트는 대응이 뒤늦다고 지적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을 두고 한 얘기다.
‘가족경영’ 뇌관 건든 넥슨..분쟁 촉발
양사간 분쟁의 조짐은 넥슨코리아가 지난해 10월 추가 지분 인수를 하면서 보이기 시작했다. 넥슨코리아는 당시 엔씨소프트 지분 0.4%를 추가 인수했다. 15.08% 지분율이다.
그동안 엔씨소프트의 경영에 관여를 안했던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경영에 참여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왔다. 이 추측은 사실이 됐다.
2015년 1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양사간 분쟁의 ‘뇌관’이 드러나게 된다. 넥슨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넥슨 일본법인에서는 윤송이 부사장의 승진과 엔씨소프트의 가족 경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특히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임에도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의아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 뇌관을 넥슨이 건들게 된다. 넥슨은 1월 27일 공시에서 엔씨소프트의 지분 부요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넥슨이 당초 약속을 어기고 경영권을 노린 처사라고 항의했다. 양측간 갈등은 분쟁으로 커지게 된다.
분쟁 확대..주주 제안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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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은 주주제안서에서 최대주주로서의 권리를 요구했다. 자사 추천 이사의 엔씨소프트 이사회 진입, 실질주주 명부의 열람 및 등사 요청을 했다. 시장이 온라인 중심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바뀌고 있어 외부 기업과의 협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소각도 요구했다.
이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부분이 ‘김택진 대표 이사의 특수 관계인으로 비등기 임원으로 재직중인 자중 5억원 이상 연간 보수를 받는 자의 보수 내역 및 산정 기준 공개’였다. 직접 거론되지 않았지만 윤송이 사장 등 김택진 대표의 주변 인물을 타깃으로 했다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었다.
최대주주로서 넥슨이 압박을 강하게 하자 엔씨소프트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게 된다.
넷마블게임즈와 엔씨소프트 협업 → 넥슨 무력화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과의 협업을 통해 넥슨의 요구였던 ‘자사주 소각’, ‘외부 업체와의 협업 강화’를 무력화시켰다. 모바일 업계 강자인 넷마블과의 협업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명분도 얻게 됐다.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과의 협업으로 경영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넥슨도 엔씨소프트에 별다른 요구나 요청을 하지 않았다. 지난 3월에 있었던 엔씨소프트 주주총회에서 넥슨은 주요 주주로 참여했지만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더이상 확전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후 넥슨은 내홍을 겪는다. 경영권 분쟁 뿐만 아니라 여론전에서도 엔씨소프트에 밀렸다는 내부 반성론이 일었다. 홍보실 내 팀장급 책임자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전면 개편의 수순을 겪는다.
소강상태..결국 넥슨의 ‘후퇴’
넥슨은 자신들의 요구가 무력화되자 엔씨소프트 지분의 정리를 추진했다. 이달 15일 블록딜 주관사로 모건스탠리가 선정됐다. 넥슨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를 비롯해 기관·기업 투자자들에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넥슨의 이같은 결정은 최근 일본 엔화 가치 하락과 관련이 있다.
넥슨은 엔씨소프트 지분을 25만원에 매입해 18만3000원으로 매각했다. 약 2000억원의 평가손실이다. 그러나 넥슨은 원화 대비 엔화 환율 상승(엔화 가치 하락)분을 감안하면 이를 상쇄하고 남는다고 계산했다. 2012년 6월 매입 당시 100엔당 원화 환율은 1482원이었다. 16일 기준 100엔당 원화 환율은 948원으로 떨어졌다.
실제 이날 일본증권거래소를 통한 공시에서 넥슨은 엔씨소프트 지분 매각을 통해 약 61억엔(약 578억원)을 벌었다고 밝혔다.
넥슨 오웬 마호니 대표이사는 “우리가 엔씨소프트에 투자한 이유는 양사간 원활한 협력을 돕기 위함이었지만, 지난 3년 동안 예상대로 협력이 진행되지 않아 이 자금을 다른 곳에 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엔씨소프트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미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사업 기회에 투자하여 실적을 극대화하고 주주 환원에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엔씨소프트와 함께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없었던 것이 아쉽지만, 앞으로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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