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우리나라 경제가 인구고령화·저출산으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등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 가운데, 인구 감소 자체가 경제의 운명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진단이 나왔다. 인구증가율이 낮을수록 1인당 자본·생산량이 증가할 수 있고, 노동 절약형 기술의 발전과 1인당 소득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회 한은-대한상의 공동 세미나’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좌담회를 갖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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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前 한국경제학회장)는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한국은행·대한상공회의소 제2회 공동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현재 한국 경제는 지경학적(Geo-economic) 분열과 인구 감소가 경제 여건의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돼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외적으론 지정학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경제적 수단의 활용이 빈번해지는 가운데, 무역과 외국인 직접투자가 우호적인 국가로 집중되고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경제와 안보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하는 한편, 대내적으론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총인구 감소가 시작되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등 인구구조가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경제 여건 속에서 이 교수는 대외·대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대외적으론 무역시장 다변화, 안정적 공급망 확보, 산업구조 고도화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육성 등 무역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종합적인 경제 안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내적으론 성장률 제고를 위해 여성·고령층 인력 활용과 교육·노동 개혁 등을 통한 노동력의 양적·질적 향상과 투자 확대, 규제·제도 개혁, 디지털·인공지능(AI) 신기술 대응 등을 통한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교수는 인구 감소 자체가 경제의 운명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구증가율이 낮을수록 1인당 자본과 1인당 생산량의 증가율을 높일 수 있으며, 노동 절약형 기술 발전과 1인당 소득을 높이는 기회가 되는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셈이다.
그는 “경제학적으로 보면 출산율이 낮아지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높아지기에 기회가 온다”며 “사람 1명이 쓸 수 있는 기계가 더 많아지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고령인구가 많아지면 그에 맞는 신기술이 더 빠르게 도입될 수 있다”며 “기술 기반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아나가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의 ‘인구가 감소하는 모형의 시물레이션 예측 결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50~2060년 GDP 증가율은 0.9%에 그친 반면, 1인당 GDP 증가율은 2.3%에 달한다.
또 이 교수는 리더의 역할도 강조했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가 복합적인 만큼 인적자원, 기술, 제도·정책의 종합적인 개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대내외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개인은 미래에 필요한 지식·기술과 행복한 삶을 위한 지혜를 갖추고, 기업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핵심 기술, 인력자원의 확보를 위해 노력함으로써 대외환경 변화와 산업 재편을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