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인과학기술인대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미국과 영국 출신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콘스탄틴 노보셀포프와 배리배리시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투자와 기초과학 발전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노벨상 수상을 목적으로 연구하지 않았고, ‘운’이 작용했다”며 “연구를 즐겨야 하며, 계속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하도록 장려하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36세 노벨상 받은 천재 “아낌없이 도전해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구소련에서 태어난 물리학자이다. 그는 지난 2010년에 36세의 나이로 스승인 안드레 가임과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2004년 흑연에서 스카치테이프로 2차원 탄소 원자층인 그래핀을 분리했다. 당시 30세였던 그는 우연히 하던 실험에서 그래핀을 발견했고, 현재 그래핀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그는 자유로운 연구환경을 ‘푸른하늘’, 노벨상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를 ‘가로등 속 열쇠 찾기’에 비유하며 자유로운 연구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로등 불빛으로 한정해 잃어버린 열쇠를 찾는 게 아니라 푸른 하늘에서 마음껏 연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학생 신분이었지만 두려움 없이 계속 도전해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비교적 이른 나이에 노벨상을 받았다.
노보셀로프는 “어린 나이었지만 과학적으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환경들에 많이 노출됐다”며 “푸른 하늘 속에서 무엇인가 자유롭게 시도해보고 다른 분야에도 도전하는 것처럼 계속 시도하고 연구 아이디어를 얻었던 부분이 주효했다”고 했다.
무엇보다 자유로운 환경은 특정 분야나 목표를 정해놓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라고 봤다. 가령 인류에서 남은 문제가 에너지 위기나 지속 가능성 관련 문제이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우리나라 연구진이 해결해 나간다면 미래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보셀로프는 “한국과 중국이 국제협력과 세계적 성과를 중요시하고 인재양성 등 과학기술에 많은 예산을 투자해 인상적”이라며 “한국은 연구개발 투자의 수혜를 받은 국가로 컴퓨터, 휴대폰,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도 30년 전 투자의 결실로 봐야 한다. 기초 과학은 미래 5년이 아니라 500년을 바라보고 연구하고, 결과를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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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셀로프와 달리 배리배리시는 중력파 연구로 지난 2017년에 81세의 상대적으로 많은 나이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는 킵손, 라이너 바이스와 함께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예측한 중력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배리배리시는 “아흔이 다 된 제 나이에도 여전히 연구가 휴식보다 즐겁다”며 “앞으로도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 연구를 하려고 한다”고 했다.
배리배리시는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려면 주입식 교육, 보수적 연구문화 관행을 깨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그는 “한국의 사고가 보수적이고, 연구 분야에서 안전하게 접근하거나 망설이는 부분이 아쉽다”면서 “반면 젊은 인재를 해외로 보내거나 성장시킬 때는 지나치게 완벽한 사람을 보내려고 하는데 다 배우고 성장해 가기보다는 부족하더라도 다양한 문화를 경험해보고 세계적인 연구 기관에서 연구하면서 도전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한국에서 과학자 대신 의사를 선호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미국도 겪은 현상으로 사회가 발전할수록 과학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리라고 했다.
배리배리시는 “미국도 의대 선호현상을 겪었는데 당장은 어렵겠지만, 돈의 중요성이 더 적은 영향을 끼칠 때까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며 “선진국으로 발전할수록 의대보다 과학자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젊은 과학 인재들이 성장하고 ‘오징어게임’ 같은 드라마로 한국문화가 발전했다며, 연구현장에도 창의적인 문화가 확산해 노벨상 수상자도 나왔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배리배리시는 “한국드라마나 영화를 즐겨 찾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도 문화에 쏟는 열정이나 자세를 과학분야에 적용하면 새로운 성과가 나오리라 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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