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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베네팔리’와 ‘플릭사비’에 대한 국내 시판허가를 2015년 9월과 12월에 각각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획득했다. 이들 제품은 이어 이듬해 1월과 5월 유럽에서 각각 허가를 받으며 해외시장에도 진출했다. 에피스가 2015년 하반기에 잇달아 바이오시밀러 제품 시판허가를 받으면서 당시 이 회사 평가가치도 2014년 말 3300억원에서 이듬해 말 5조 2726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바이오시밀러는 생물학적 의약품 복제약을 뜻한다. 화학의약품은 분자구조가 비교적 단순해 오리지널약과 화학구조가 완벽히 일치하는 복제약(제네릭)을 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살아 있는 세포나 단백질을 이용하는 생물학적 의약품은 이론상 완벽하게 동일한 구조의 복제약을 만들 수 없다. 이는 사람의 생김새가 모두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생물학적 의약품 복제약은 비슷하다는 뜻의 영어 단어인 ‘시밀러’(similar)를 쓴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는 개발에 평균 6년의 기간과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복제약이라고 해도 평균 약값이 제네릭보다 100배나 높은 3000달러 수준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약과 같이 기술장벽이 높아 쉽게 만들지 못한다.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레미케이드’(존슨앤드존슨)는 2012년 특허 만료 후 첫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셀트리온(068270)) 출시까지 2년이나 걸렸다. 현재까지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 허가를 받은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는 램시마와 플릭사비 두 개에 불과하다. 개발이 어려워 경쟁자가 없다 보니 바이오시밀러도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셀트리온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55%나 됐다.
에피스의 베네팔리와 플릭사비는 각각 자가면역질환치료제 ‘엔브렐’,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다. 엔브렐과 레미케이드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각각 82억 6200만달러(약 9조원)와 77억 8400만달러(약 8조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체 의약품 순위에서 2위와 5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엔브렐의 세계 최초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는 출시 첫해인 2016년 한해만 1억달러(약 1080억원)를 벌어들였다. 이듬해에는 3억 7100만달러(약 4006억원), 올해 1분기에는 1억 2100만달러(약 130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같은 기간 플릭사비는 각각 10만달러(약 1억 800만원), 900만달러(약 97억원), 660만달러(약 7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 제품 매출은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 실적을 포함한 수치다.
에피스가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바이오시밀러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회사 가치는 지속적으로 커졌다. 증권가에서는 에피스의 현재 기업가치를 13조원에서 24조 8000억원까지 다양하게 추정한다. 이날 열리는 감리위에서는 2015년 당시 로직스가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할 때 책정한 에피스의 기업가치가 적정했는지도 다뤄졌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신약이 아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임상3상에 들어가면 상용화 가능성이 큰 것으로 간주한다”며 “2015년 당시 에피스는 4종의 바이오시밀러 임상3상 시험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었던 만큼 당시 책정한 기업가치는 적정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