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은 이날 현대상선과 현대증권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정밀실사를 거쳐 5월 31일 최종 취득가액을 결정할 예정이다. 통상 인수자가 제시한 가격을 기준으로 5%내에서 가격 인하협상이 가능하지만 KB금융은 이를 1%내로 제한한 것으로 알려져 가격 인하의 여지가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동산 PF 손실에 대해서는 2%포인트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 KB금융은 정밀실사를 통해 현대증권의 부동산 PF 등으로 인한 약 2조7000억원의 우발 채무 등에 대해 살펴볼 계획이다.
KB금융이 현대증권에 제시한 가격은 지난해말 현대증권의 장부가격 7450억원보다 1.67배 높은데다 2014년 KB금융도 함께 뛰어들었던 농협금융의 우리투자증권 인수 가격 1조700억원(인수 지분37.85%)보다 비싼 액수다.
KB금융은 1조2500억원에 달하는 인수 가격의 적정성에 대해 “현대증권 인수 후 KB투자증권과의 합병시 자본규모 3조9000억원(지난해말), 당기순이익 3000억원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증권사 보유라는 KB금융의 미래에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갑 KTB애널리스트는 “다소 높은 PBR 수준에서 고가로 매입하는 것으로 보이나 7.06%의 자사주 추가 매입이 가능하고 초기 인수 지분율이 22.56%에 불과해 실제 PBR은 1.09~1.19배로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진석 NH농협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상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대형 증권사를 매입하는데 사용된 비용이 비싸다고 해서 논란이 될 것은 없다”며 “나머지 지분을 싸게 사면 그만”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했던 한국금융지주 역시 1조2000억원 이상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져 이 이상의 가격을 쓰지 않았다면 현대증권 인수에 실패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 후 자산관리(WM), 기업투자금융(CIB) 사업의 핵심 역할을 수행해 은행, 증권 결합을 통한 시너지를 확보하겠단 계획이다. 현대증권의 95개 점포를 기반으로 전국적으로 복합점포가 확대될 수 있단 기대도 있다. KB금융은 현재 은행, 증권 복합점포 16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고객자산 성장률이 55%에 달한다.
KB금융은 “주요 산업단지 내 CIB 복합점포 개설을 통해 중소 및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어드바이저리(Advisory) 강화를 통한 CIB 영업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고객 대상 현대증권 IPO, M&A 등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들에 대한 투자 확대, 그룹 차원의 인수 금융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KB금융은 현대증권 자회사로 있는 현대저축은행과 현대자산운용 등을 손자회사로 편입하게 됐다. 향후 손자회사에 대한 재매각 여부 등이 결정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