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이자·증시랠리에 달아오른 글로벌 M&A…금융위기후 최대

1Q 글로벌 M&A 900조, 8년來 최대
제약업계 주도, 절세·생존 목적
'대형 딜·미국 주도·자문사 없는' M&A시장
  • 등록 2015-03-31 오후 3:35:51

    수정 2015-04-01 오전 7:00:35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연초부터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새해가 시작된지 석 달만에 성사된 글로벌 M&A 규모는 900조원에 육박했다. 지난 2007년 이후 8년만에 최대치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M&A 규모가 총 8110억달러(약 897조 9100억원)로 전년동기대비 21% 증가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부양책으로 인해 자금조달 비용이 싸진데다 글로벌 증시도 상승랠리를 보이면서 판을 키우고 있다.

제약업계 M&A ‘최대’..절세형+생존형

이날 미국 헬스케어기업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제약서비스 대행업체(PBM)인 카타마란을 128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호라이즌제약도 하이페리온 테라퓨틱스를 11억달러에 사기로 했고 이스라엘 최대 제약사 테바제약도 오스펙스를 인수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M&A 시장은 제약업계가 주도하고 있다. 미국 제약사들이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 기업을 인수한 후 그쪽으로 본사를 이전, 세금을 낮추려는 절세형 목적이 한 축을 이뤘고 주요 제품의 특허만료가 돌아오면서 아예 신약 개발능력을 갖춘 회사를 통째로 사들이는 생존형 M&A도 늘고 있다.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1분기 헬스케어 분야 M&A는 전체 11.7%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이 분야 M&A 규모는 총 952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나 증가했다. 부동산 분야가 930억달러로 2위를 차지했고, 통신이 그 뒤를 이었다. 에너지 기업들은 유가 급락으로 경영이 악화되자 생존을 위해 자기들끼리 뭉치는 M&A 행태를 보이고 있다.

스티브 월리처 바클레이즈은행 부회장은 “역사적으로 적대적 인수는 높은 위험을 지니며 이 중 성공하는 비율은 20% 수준”이라고 경고하서도 “낮은 대출이자와 저평가된 자산가격으로 M&A의 매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당분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美 주도의 자문사없는 대규모 M&A ‘봇물’

하인즈와 크래프트의 주요 제품들 (출처=워싱턴포스트)
1분기 글로벌 M&A 중 최고는 단연 미국 케첩 제조사 하인즈의 대형 식품업체 크래프트 인수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와 브라질 투자회사 3G캐피탈이 공동 소유한 하인즈가 크래프트를 인수하면서 부채 포함 1000억달러의 공룡 회사가 탄생했다.

FT는 이 거래가 올해 나타나고 있는 M&A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주도, 대형 거래 선호, 자문사 없는 독립자문 등 세 가지다.

1분기 전체 M&A 거래 중 미국에서 성사된 거래는 전년동기대비 30% 증가한 3990억달러로 절반에 이르렀다. 반면 유럽은 작년 동기보다 4% 하락한 1680억달러에 그쳤고, 아시아는 63% 증가한 1940억달러를 기록했다. 경제 회복을 자신하고 있는 미국이 M&A 시장을 주도한 셈이다.

전체 거래 건수는 8669건으로 지난해 9072건보다 적었지만 규모는 21% 늘었다. 즉, 대형 거래가 많았다는 얘기다.

특히 과거와 달리 대형 자문사를 참여시키지 않고 기업 스스로가 자문사 역할을 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1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대형 M&A였던 하인즈의 크래프트 합병에 대형 투자은행들의 이름은 없었다.

통상 투자은행들은 대규모 딜에 자문사 역할을 하며 자금조달을 도와주고, 경영자문을 해주며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다. 하지만 최근엔 회사 자체적으로 자문팀을 따로 꾸려 수수료를 절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모습은 중국기업들에서 특히 많이 나타난다.

케이스 포스건 언스트앤영(EY) 아시아금융 서비스 부문장은 “M&A 거래에서 중개자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며 “많은 참여자들이 자체 M&A 인력을 늘리고 있으며 이런 현상이 점점 일반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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