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아동 유기 수단"…보호출산제 시행 앞두고 '폐지' 목소리

22일 ''보호출산제 무엇이 문제인가'' 국회 토론회
전문가 "생모의 안정적 양육 환경부터 보장해야"
아동의 알권리 박탈도…"공적 베이비박스 될 뿐"
  • 등록 2024-05-22 오후 4:42:21

    수정 2024-05-22 오후 4:42:21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오는 7월 19일 ‘보호출산제’ 시행을 앞두고 국회에서는 합법적 아동 유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제도적 보완을 넘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보호출산제는 위기임산부가 상담을 거쳐 익명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운영하는 베이비박스.(사진=이데일리 DB)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강은미 녹색정의당 의원·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강성희 진보당 의원 등은 22일 국회에서 공동 주최한 ‘보호출산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발제에서 “‘산모의 익명으로 출산할 권리’와 ‘아동의 태생에 대해 알 권리’는 서로 양립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논쟁 중”이라며 “보호출산제 도입이 아동유기를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허 입법조사관은 “보호출산제 도입보다는 취약한 임산부를 충분히 지원하고 보호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며 “생모가 안정적인 생활 여건 속에서 양육할 수 있는 미래를 충분히 전망할 수 있을 때 아동의 미등록 사태와 유기, 사망 사건은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기임산부 지원과 관련해 해외 사례도 제시됐다. 이에 따르면 덴마크에서는 임신 12주가 경과된 30세 미만 임산부로서 자신을 부양해 줄 가족이 없는 경우 월 약 242만원의 생활보주금이 지급된다. 영국은 가족간호사파트너십(FNP) 지원 제도가 있어 임신 28주차에서부터 출산한 자녀가 2세에 이르기까지 가정방문서비스를 총 64회까지 받을 수 있다. 뉴질랜드는 자녀를 양육하는 16~19세 청소년부모에게 청소년부모급여를 지급한다. 부모님과 함께 살거나 지원을 받는 경우에는 주당 약 23만원이, 그 외 경우에는 주당 약 40만 3000원이 지급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보호출산제가 아동의 권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민호 아동권리연대 대표는 “보호출산제는 아동이 자신의 부모를 알지 못하고, 아동이 원가정에서 자신의 부모로부터 양육 받을 권리를 송두리째 박탈당한 채 살아가야 함을 전제하는 폭력적인 법안”이라며 “생존과 존엄이 심각하게 파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아동의 출생과 양육 정책에 있어서 ‘보호’라는 소극적 조치와 아동시설 수용 중심의 체계가 아니라 원가정에서 친생부모에게 양육 받을 권리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회적 기본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도 “미등록 외국인 아동문제, 장애아동의 권리,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친부의 역할, 아동이 성장한 후 정보공개를 원할 경우 비식별화 하지 않는 것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보호출산제를 도입하는 것은 또 다른 공적 베이비박스가 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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