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확실히' 밀어준 바이든…중동전쟁 공포 더 키웠다

가자 병원 참사 "팔레스타인 소행" 지원사격 불구
중동 전역서 반미·반이스라엘 항의시위…반발 더 커져
레바논 국경선 충돌 격화…확전 및 전쟁 장기화 우려↑
"아랍 지도자 미국편 끌어들이기 설득 실패"
  • 등록 2023-10-19 오후 4:17:32

    수정 2023-10-19 오후 7:26:29

[이데일리 방성훈 김정남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후원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 피폭으로 중동 국가들의 분노가 폭발하는 와중에도 중동 갈등을 막후 조정하는 대신 이스라엘을 확실히 밀어주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이 중동 내 반(反)미·반이스라엘 여론을 더욱 악화시켜 확전 공포를 키우고 있다는 진단이다.

요르단 시위대 수천명이 18일(현지시간) 수도 암만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과의 연대를 보여주기 위해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 모여 항의하고 있다. (사진=AFP)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텔아비브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우리의 정보로 볼 때 그것(가자지구 내 알 아흘리 아랍 병원 피폭 사건)은 가자지구 내 테러리스트 그룹이 잘못 발사한 로켓의 결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판단 근거는 ‘미국 국방부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도 이에 발맞춰 사진, 영상, 녹취록 등 관련 증거를 공개했다. 가자지구 병원 피폭은 현재까지 무력충돌 국면에서 가장 중대한 변수로 꼽힌다.

전날 요르단, 이집트 등 중동 국가들이 병원 폭발 책임을 이스라엘 탓으로 돌리며 바이든 대통령과의 4자 회담을 취소한 상황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세력인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발사 실패 때문이라는 이스라엘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스라엘에 책임이 없다고 사실상 단정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4자 회담을 통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고립시키는 쪽으로 분쟁을 조정하려던 계획을 이스라엘을 확실하게 밀어주는 방향으로 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도착한 직후 “이스라엘이 스스로 지키는 데 필요한 것들을 갖출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보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또 귀국한 뒤 이스라엘에 대한 긴급 지원 등을 포함해 1000억달러(약 136조원) 규모의 안보 패키지 예산을 의회에 요구할 방침이다.

병원 참사 책임에 대한 이스라엘의 부인과 바이든 대통령의 지원사격에도 중동 국가들의 분노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반미·반이스라엘 진영을 대표하는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등 친(親)이란 진영은 여전히 이스라엘에 병원 참사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전 세계 사람들은 미국을 이스라엘 정권이 저지르는 범죄의 공범으로 생각한다”고 맹비난했다.

튀니지, 이집트, 오만, 모로코, 바레인, 레바논, 요르단, 쿠웨이트, 이라크 등 중동 전역에선 전날에 이어 이날도 반미·반이스라엘 시위가 벌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시위자들뿐 아니라 그들의 통치자들도 가자병원 폭발, 팔레스타인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폭력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난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바이든 대통령은 아랍 지도자들을 설득해 미국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에는 실패했다”며 “중동 내 갈등이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국경에선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의 무력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총격전에서 포격전으로 교전 규모가 확대했고, 충돌 빈도 및 사상자 수도 증가 추세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 정부와 군 지도부에선 레바논의 참전으로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외신들도 헤즈볼라의 참전 등으로 새로운 ‘중동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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