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의 국가균형발전·지방분권 헛구호"…충청권 반발 확산

이건희 기증관 서울 건립에 K-바이오 랩허브도 인천행 확정
수도권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약속한 '혁신도시시즌2'도 공전
  • 등록 2021-07-12 오후 3:03:53

    수정 2021-07-12 오후 3:03:53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양승조 충남도지사, 이춘희 세종시장, 서철모 대전 행정부시장이 9일 충남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제2차 충청권 상생발전포럼’에 참석해 ‘대전·충남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권 공동건의문’을 채택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충남도 제공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 헛구호로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건희 기증관의 서울 건립에 이어 한국형 바이오 랩허브 사업마저 수도권인 인천으로 확정되는가 하면 혁신도시 시즌2를 통해 약속했던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수년째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K-바이오 랩허브 사업의 경우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인천 송도를 낙점한 뒤 형식적인 전국 공모로 진행, 대전 등 전국 10개 시·도를 들러리로 내세웠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오른쪽)이 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국가대표 바이오 창업기업 육성을 위한 ‘K-바이오 랩허브’ 구축 후보지로 인천 송도를 선정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 대전시 등에 따르면 문체부는 지난 7일 ‘이건희 기증관’ 건립 후보지로 서울 용산과 송현동 부지 2곳을 최종 선정했다. 이에 앞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의 대상지로는 인천 송도를 선정했다. 또 중기부는 지난 9일 바이오 창업기업 육성을 위한 랩허브 조성지로 인천 송도를 최종 선정, 발표했다. 중기부는 선정 이유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앵커 대기업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과 공항과 항만 위치로 글로벌 시장 진출이 용이하다는 점 등을 내세웠다. 이들 기업과 지리적 요건이 선정 이유라는 점에서 정부가 당초부터 인천 송도를 낙점하고 전국 공모라는 형식만 맞췄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인천 발언과 함께 민주당 지도부의 인천 방문 등으로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의 ‘짬짜미’ 공모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전시 한 고위 관계자는 “2019년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 창업 지원기관인 ‘랩 센트럴’을 벤치마킹해 랩허브 구축을 정부에 최초로 제안한 지방자치단체가 바로 대전시”라며 “대전이 최초 제안한 사업을 공모 사업으로 전환, 지자체간 갈등을 부채질한 뒤 결국 수도권으로 선정한 정부의 결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유치추진위원회가 7일 창원시청 앞에서 이건희 기증관 서울 건립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이 약속한 ‘혁신도시 시즌2’도 지난 4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혁신도시 시즌2는 대전과 충남을 혁신도시로 추가 지정한 뒤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약속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이 사업의 추진 상황은 ‘0’에 가깝다. 어떤 기관을 어느 지역에 보낼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커녕 혁신도시 시즌2 자체를 논의하는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전시와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는 지난 9일 제2차 충청권 상생발전포럼에서 ‘대전·충남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권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4개 시·도는 공동건의문을 통해 “정부는 뒤늦게 대전·충남을 혁신도시로 지정해 지역 불균형 해소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지정 후 어떠한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아 혁신도시에 대한 기대와 신뢰감이 낮아지고 있다”며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선 수도권 집중화 현상 속에서 국가균형발전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 공모사업 시 수도권과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비수도권 지역에 균형발전가점 부여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권선필 목원대 공공인재학과 교수는 “대선 국면에 들어가면서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나 통합적 접근은 찾아 보기 어렵다”면서 “여권에 대선후보가 정리 되는 과정에서 변형된 형태의 새로운 국가균형발전 전략이 제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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