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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22대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부족하지만 저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달라”고 발표했다. 그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부친인 고(故)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 묘소 성묘 사진과 함께 “이제 잠시 멈추려 한다”는 글을 올리며 불출마를 시사한 데 이어 이를 공식화했다.
장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보다 절박한 것이 어디 있겠나”며 “또 한 번 백의종군의 길을 간다. 이번엔 제가 갖고 있는 마지막 공직인 국회의원직”이라고 피력했다. 언제 불출마를 결심했는지 묻는 말에 그는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되는 순간부터 모든 각오를 해야 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달만 해도 장 의원은 버스 92대를 동원해 지역구 당원 4000명가량과 대규모 산악 행사를 여는 등 혁신위 희생 요구에 반발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그랬던 장 의원이 이번 결단을 내린 배경엔 혁신위의 지도부·중진·친윤 의원을 향한 희생 결단뿐 아니라 당 자체 분석에서 내년 총선 최악의 경우 서울 49석 중 6석 밖에 되지 않으리란 충격적 결과, 30%대에 갇힌 당 지지율, 김기현 대표 거취 관련 당 분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그는 지난해 8월 이준석 전 당대표 징계를 두고 친윤 책임론이 불거지자 “윤석열 정부에서 어떤 임명직 공직도 맡지 않겠다”고, 지난 2월 전당대회 ‘실세 사무총장설’이 제기되자 “어떤 임명직 당직도 맡지 않겠다”고 각각 백의종군을 선언한 전례가 두 번 있다.
당내에선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하태경 의원은 “다 죽어가던 혁신의 불씨를 장제원 의원이 되살렸다”고 치켜세웠고 최재형 의원도 “용단에 경의를 표한다. 이런 희생과 결단이 당을 살리고 나라를 살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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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선은 김기현 대표에게로 쏠렸다. 장 의원이 먼저 용단을 내리면서 거취를 고심하던 김 대표는 적절한 발표 시점마저 빼앗기고 당내 압박은 더욱 가중됐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 출근하지 않고, 당 차원에서 진행된 연탄 나눔 봉사활동 일정도 취소하며 장고에 들어갔다.
당내에선 전날에 이어 이날도 김 대표의 거취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수도권 등 국민의힘이 상대적 열세를 보이는 지역구의 의원을 중심으로 당대표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에겐 주도권을 쥐고 거취와 선거 구상을 밝힐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데 타이밍을 잃었다”며 “수도권 현역 의원뿐 아니라 당협위원장은 부글부글한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를 지역구로 둔 최재형 의원은 “당 쇄신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분명하고 확실한 방법이 당 지도부의 교체”라고 주장했다. 서울 마포갑 출마를 검토하는 이용호 의원은 “대표의 희생과 헌신이 불출마나 험지 출마여선 안 된다. 당 대표로서 응답하는 정치적 책임일 뿐이므로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는 공개 서한을 김 대표에게 보냈다.
총선이 불과 넉 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만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유상범 의원은 “대표직 사퇴는 비대위 문제로 전환돼 적절치 않고 불출마 선언은 고민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배현진 의원도 전날 SNS에 김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주장에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면서도 “아무리 서울 수도권 선거를 1도 모르는 영남 지도부라 할지라도 이제는 움직여야만 한다”고 총선 체제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결국 김 대표가 당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 핵심관계자는 이데일리에 “김 대표가 곧 (대표직을) 내려놓을 것 같다”며 “(김 대표의 결정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데,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거취를 표명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지난해 원내대표 사퇴 이후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권성동 의원이나 윤한홍·이용 의원 등 친윤계는 별 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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