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연초부터 내분 위기에 빠지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권익위원장을 향해 김태규 부위원장이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메시지를 내면서다. 올해 6월까지인 전 위원장의 임기 동안 수뇌부들의 불편한 동거가 예상된다.
|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해 11월 29일 인천 남동구청에서 열린 ‘한센인촌 갈등문제 해소 및 안전대책 마련 현장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민권익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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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위원장은 지난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 정부의 정무직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정권의 재창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믿기 쉽지 않고, 현 정부의 정무직이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 가치관을 추종한다면 그것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보인 선택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내용에는 전 위원장의 실명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취지의 글로 풀이된다. 전 위원장은 여권 세력에게 지속적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아쉽게도 정무직 공무원의 구성에 신·구정권의 인사가 뒤섞이면서 조직이 어정쩡한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권익위 운영의 근간이 되는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라 전 위원장은 올해 6월까지인 3년의 임기를 모두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김 부위원장은 “현재 위원회형 부처의 전 정부 임명 정무직들이 오직 법의 준수만을 이유로 해 그 자리를 지키려는 것인지에 관하여는 다양한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 정권 인사가 아닌 전 위원장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뜻을 돌려 말한 셈이다.
김 부위원장이 전 위원장을 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청담동 술자리 사건` 제보자의 신고자 보호 신청 조사 및 발표 과정에서 김 부위원장 본인이 ‘패싱’을 당했다고 주장했었다.
당시 김 부위원장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위원장이 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대외적인 조직의 대표자로서 나서지만, 기본적인 의사결정은 위원회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위원장 혼자서 다 하면 뭐하러 위원회를 두나. `국민권익부`라고 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이 상황에 대해 전 위원장은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전 위원장은 최근 신년사를 통해 “남은 임기 동안 위원장으로서의 맡은 직분을 다하고, 권익위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초심을 지켜나가겠다”고 하며 임기를 채우겠다고 밝혔다.
|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4일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에서 내부 전 직원 회의인 ‘열린혁신전략회의’를 통해 비대면으로 신년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국민권익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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