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 베풀었지만 노숙자는 시신에 쌀·소금까지 뿌렸다"

A씨 "범행 인정 …유족들에 죄송하다"
法 "죄질 극히 불량, 징역 25년 선고"
  • 등록 2021-09-30 오후 3:48:16

    수정 2021-09-30 오후 3:48:16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길에서 처음 만난 사람을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에 쌀·소금까지 뿌려 능욕한 30대 노숙자가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30일 제주지법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32)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 3일 오전 5시께 서귀포시에 있는 40대 남성 B씨의 자택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 말다툼이 벌어지자 둔기와 흉기로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범행 당시 A씨는 B씨 시신을 훼손하고, 쌀과 소금을 뿌리는 등 피해자를 능욕하기까지 했다.

사진은 해당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이미지투데이)
2015년부터 일정한 직업 없이 노숙인 쉼터 등 보호시설을 전전해 온 A씨는 범행 전날 오후 서귀포시 자구리공원에서 B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씨와 다음날 함께 일용직 노동을 하기로 하고 B씨 자택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술을 마시던 중 금전적인 문제로 말다툼이 벌어지자 자신을 조롱하고 괴롭힌다는 생각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범행은 잔혹했다. 둔기 등으로 B씨를 수차례 내리쳤다. 인근 편의점에 잠깐 다녀온 뒤로도 쓰러져 있던 B씨를 발로 수차례 가격했다. 이 사건으로 B씨는 장기가 파열돼 현장에서 숨졌다.

A씨는 살해 직후 B씨의 손가방을 가져가는가 하면 편의점에서 식료품을 훔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처음 만난 사람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범행 후 시신에 쌀과 소금을 뿌리고 피해자의 물건을 훔쳐 달아나기까지 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면서 “피해자는 호의를 베풀었다가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변을 당해 극심한 고통 속에 생을 마감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고 있고 사물변별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에 이른점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범행을 인정하고 제 잘못을 인정한다. 유족들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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