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회장 '5파전' 레이스 시작됐다

'官' 출신 없고 민간 금융회사 대표 역임
166개 정회원 1표씩 전자 비밀투표 진행
  • 등록 2014-12-09 오후 4:43:37

    수정 2014-12-09 오후 4:53:30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선거의 본고장 ‘서여의도’가 휴식기에 들어간 사이 금융회사가 모여있는 ‘동여의도’의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166개 정회원사를 포함 총 306개 각종 금융회사를 대표하는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다.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005940) 사장이 9일 공식 출사표를 내면서 김기범 전 대우증권(006800) 사장, 유정준 전 한양증권(001750) 사장,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운용 부회장, 황영기 전 KB금융(105560)지주 회장 등 5명의 대진표가 완성됐다.

금융투자협회는 오는 16일께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세부적인 일정과 선출방식을 확정하고, 내년 1월말 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출사표를 던진 5명의 후보 중에 ‘관’(官) 출신은 없고, 모두 금융권 출신의 민간인이다. 또 ‘청와대 입김’이나 ‘금피아’ 논란을 불어올 만한 박근혜정부 관련 대선캠프나 인수위 활동 이력도 공식적으로는 없다. 이 때문에 정치적 배경보다는 개인별 역량과 출신학교, 출신회사 등 역대 금투협회장 선거에 미쳤던 변수들이 오히려 주목을 받는다.

김기범·황성호·황영기 후보는 모두 대우·우리투자·삼성증권 등 업계 영향력이 큰 대형증권사 사장을 역임한 덕분에 초반이긴 하지만 타 후보보다 앞서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자산운용업계 CEO 출신의 최방길 후보, 중소형사 출신의 유정준 후보도 금투협회장 선거 특성상 만만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금투협회장 선거는 증권 62개사, 자산운용 86개사, 신탁 11개사, 선물 7개사 등 166개 정회원들의 전자 비밀투표로 실시한다. 총 득표율은 정회원 1사당 1표씩 동등하게 행사한 결과를 60%, 협회비 분담률에 따라 최대 2%에서 최소 0.4% 가량 가중치를 부여한 결과를 40% 합산해 산출한다.

이러한 독특한 선거제도 역시 다른 금융권역 협회장에 비해 ‘밀실 내정’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만드는 배경으로 꼽힌다. 워낙 회원사가 많고, 과거 선거를 보면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지지성향이 엇갈리기도 하는 등 다각도로 전개되기 때문에 ‘낙하산’이 내려오더라도 온전히 착륙할 땅이 마땅치 않고, 뚜껑을 열어보면 판세가 역전되기도 한다.

실제 지난 2012년 선거 때도 유일한 관료출신 후보였던 최경수 현 거래소 이사장이 선거초반 유력하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관(官)을 누르고 ‘민’(民) 출신의 박종수 현 협회장이 당선됐다. 같은 시기 은행연합회(박병원)·여신금융협회(김근수)·생보협회(김규복)·저축은행중앙회(최규연) 기관장이 모두 재무부나 경제기획원 등 관료출신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금투협회장은 민간 출신으로 선임되는 전통이 내려오는 반면 부회장 등 고위임원은 ‘관피아’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는 점은 누가 회장이 되든 조직이 풀어야 할 과제다.

한편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009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옛 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선물협회 등 3개 협회를 통합해 출범했다. 연간 예산규모가 약 600억원이고, 직원수는 220명으로 은행연합회(154명)보다 많다. 금융투자협회장 임기는 3년이며, 보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기본연봉 2억8000만원에 성과급을 포함하면 5억3000만원 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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